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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물가 확신까지 인내심 갖고 통화긴축 충분히 유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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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천천히 서두름' 되새길때"

"연구영역을 통화정책 테두리 안에만 묶어둘수 없어"

한국금융신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서울 한은에서 창립 74주년 기념사를 했다.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4.06.12)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지금도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여러 경제주체가 겪고 있는 고통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실질소득의 감소, 높은 생활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입니다. 또한 섣부른 완화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따라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너무 늦게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 내수 회복세 약화와 더불어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인한 시장불안을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일찍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에는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늦어지고 환율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러한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며 "얼마 전 통화정책국이 작성한 블로그에서도 강조되었듯이,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가별로 정책운영 성과가 차별화되어 나타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더욱 뚜렷이 드러나기 마련이다"며 "겸손한 자세로 경제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다양한 시나리오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의 마무리해야 할 사업으로, 먼저 8월부터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된 경제전망을 발표해서 시장과의 소통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또 이 총재는 "현재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전망에 대한 견해를 공개하고 있는데, 위원님들과 함께 이러한 방식의 효과 및 장단점 등에 대해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고 언급키도 했다.

관행적인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사용 대신, 실거래 기반의 무위험지표금리(KOFR)를 준거로 하는 금융상품 거래를 장려하겠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 대출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바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은행 및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체계적이고 예측가능한 유동성 지원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필요시에는 유관기관과의 협의하에 한은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대응으로, 기관용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예금토큰 등 다양한 민간 디지털 통화가 발행·유통되는 새로운 미래 금융인프라를 시범 구축하기 위해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BIS(국제결제은행) 및 7개국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금융인프라 연구 프로젝트(Project Agorá)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이 총재는 "비기축통화국으로서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의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는 작업에 처음부터 참여하여 초기 설계자(rule-setter)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은의 국가정보원,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협의하여 공공분야 망보안 정책 개선의 첫 시범기관 참여도 중요하게 꼽았다.

구조개혁 문제에 대한 관심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조금 더 멀리 바라보자면 한은이 해야 할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며 "저출생·고령화, 지역불균형과 수도권 집중, 연금고갈과 노인빈곤, 교육문제, 소득·자산불평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그간 누증되고 심화되어 온 여러 구조적 문제들 앞에서 우리의 연구영역을 통화정책의 테두리 안에만 묶어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고착화된 구조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는 집단별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서로 대립하기 마련이다"며 "그렇기에 법적 권한이 없는 한국은행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권한이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한은이 더 중립적으로 분석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역할을 당부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정책 메시지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고서의 퀄리티(quality)에 대한 외부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우리의 전문성 제고와 역량 강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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