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법적으로 성과를 거뒀지만 정치적으로는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22대 더불어민주당의 시각이다.
민주당 검찰개혁TF(태스크포스) 단장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 11일 통화에서 "윤석열 정권이 탄생하면서 법의 취약한 지점을 시행령으로 뒤집어가며 (검찰개혁을) 원점, 혹은 그 이하로 되돌려 버렸기 때문"이라며 "독립된 감찰기구 설치를 비롯해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추가로 더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TF 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TF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며 검찰개혁 관련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05.21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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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TF 위원인 모경종 의원은 "21대 때 (검찰개혁에 대한) 많은 논의는 있었으나 현실화된 부분이 없었다고 본다"며 "결국 시행령 통치가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도 21대 국회의 실책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치밀하고 세밀하게, 진짜 국민께 도움이 되는 검찰개혁을 22대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1대 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강행 처리될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한 뒤 수사·기소권 분리까지 나아갔어야 했는데, 정권 말기인데다 교체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당시 여야 합의도 부족했고, 그 합의마저도 여당이 파기해버렸다"고 짚었다.
검찰개혁 당론 법안 채비에 나선 조국혁신당의 입장도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감찰·징계를 담당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기존 검찰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당내 검찰독재조기종식TF 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다만 공수처 설치로 검찰의 기소 독점을 폐지해 윤석열 정권에선 절대 하지 않았을 '손준성 고발사주', '채해병 사망사건' 같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며 "혁신당은 공수처 기능을 더 강화해갈 방침"이라 부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검찰' 공약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브리핑에 피켓이 놓여있다. 2022.02.21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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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 검찰 직접수사 범위 2대 범죄로 축소..."실질적 조직 분리 안 돼" 한계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은 크게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지칭하는 '검찰개혁 3법'의 제·개정으로 대표된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이른바 6대 범죄(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 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로 제한됐고, 임기 말 이를 다시 '2대(부패·경제)' 범죄로 축소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사법경찰관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했으며, 검사와 사법경찰관 간 관계는 '상호협력관계'로 규명됐다. 또 확대된 경찰권은 검찰의 사후 통제(보완수사·시정조치·사건송치·징계 요구)로 다시 견제할 수 있게 했다.
이후 2020년 제정된 공수처법에 따라 이듬해 1월에는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공직범죄에 대한 공소제기 및 유지 권한을 갖는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다. 이같은 '검찰개혁 3법'은 기존 검찰이 수사와 기소에서 차지했던 독점적 지위를 일부 해소하고 수사권의 다원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사·기소권 분리에서 '기관 간 통제를 통한 검찰권력 견제'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난 검찰개혁의 한계로 지목된다. 검사의 직접수사권 범위에 변동이 있었음에도 실질적 조직 분리가 이뤄지지 못했고, 수사를 전제로 했던 검찰 기관이 그대로 존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지난 21대 국회에선 '6대 범죄 전담 기구' 별도 설치에 관한 법안들이 여럿 발의됐지만, 모두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폐기됐다. 황운하 당시 민주당 의원(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그 운영에 관한 법률안', 검찰 직무에서 범죄수사를 배제하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공소청 법안'이 대표적이다.
◆ "경찰 권한 통제 장치 부족"..."검찰, 오히려 정치 권력 눈치볼까" 우려도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 정국인 22대 국회에서 거대 의석을 점한 민주당과 혁신당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대검찰청 간판을 '공소청 또는 기소청'으로 변경하는 개혁안에 뜻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치가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쓴소리도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검찰개혁으로 검찰 권한이 축소된 데 반해 늘어난 경찰 권한을 통제할 장치는 현저히 부족하다"며 "경찰의 자의적 불송치 결정, 투명성 부족 등 경찰 수사권 오·남용에 대응할 방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라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소권 분리가 정치적 이슈, 정략적 의도와 결부되면서 검찰개혁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는 역방향으로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차 교수는 "경제 사범 등 복잡한 분야 수사에서 경찰의 전문성 부족으로 사건이 장기·미제화되면 피해 구제가 지연되고 그 고통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문 정부 검찰개혁은 개혁이 아닌 개악(改惡)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부의 검찰개혁은 입법기술적으로 섬세하지 못했다"며 "법 조항에 개별 조문을 설치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한 나라 사법체계를 변경하는 일종의 '대변혁'인데 논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 내용적으로도 치밀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향후 개혁은 사법적 논의에 더해 조직·문화 개편 논의가 모두 함께 가야할 것"이라 제언했다.
yunhu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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