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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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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건 달디단 25만원?[뉴스레터 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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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변희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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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점선면 5월28일자(https://stib.ee/1BbC)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단 하나의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를 클릭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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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그냥 물고기를 줘라.” 제임스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쓴 ‘기본소득’ 관련 저서 <분배정치의 시대>의 원제(Give a Man a Fish)입니다. 오늘의 주제 ‘민생회복지원금(민생지원금)’은 엄밀히 따져 기본소득은 아닙니다. 기본소득처럼 ‘정기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주고 마는 것이니까요.

다만, 민생지원금을 약속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2010~2018) 시절부터 기본소득에 관심을 보이며 ‘청년배당’ 등 유사 정책을 도입한 정치인입니다. 이전에도 그는 특별한 기준(소득 등) 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책을 꺼내든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했고, 결국 정부의 지급 기준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바꿔냈습니다.* 이 사례는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지폈어요.

오늘 이야기는 모두가 재난지원금을 받아봤던 2020년과, 모두에게 민생지원금을 주겠다는 2024년을 오갑니다. 이 시간여행을 하다 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한국 사회를 잠깐 달궜다 어느새 사그라든 ‘전 국민 고용보험’이 그중 하나입니다. 시간을 넘나들며 ‘민생지원금’이란 물고기, 먹어도 과연 괜찮을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2020년 5월 집행한 1차 재난지원금. 이후 재난지원금은 소득 등 기준에 따라 선별 지급.


*지난 5월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며 바뀐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이 발언이 나오기 전인 지난 5월28일 뉴스레터 점선면 독자들에게 보낸 점선면Deep 콘텐츠를 기사로 재구성한 것이란 점 다시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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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25만원을


· 더불어민주당이 6월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민생지원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민생지원금은 지난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발표한 공약이에요.

· 민생지원금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 국민 1명당 25만원씩 받는 셈이 됩니다. 이재명 대표는 “민생경제 심폐소생술”이라고 표현하며 “가구당 100만원을 줘서 동네에 장 보러 다니면 돈이 도는 거고 이게 경제 활성화”라고 말했습니다.

· 국민의힘은 민생지원금 약속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반대하는 중입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지급해선 안 된다’가 51%로 ‘지급해야 한다’(43%)보다 다소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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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변희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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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소득과 소비가 늘 것으로 전망하며 “민생회복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어요. 그러면서 “지금 내수 부양을 하면 다시 고물가로 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라고 했습니다.

·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300석 중 171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입니다. 조국혁신당(12석) 등 공조 가능한 야권도 있어 민주당은 정책 추진에 자신감을 보입니다.

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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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물고기를 줘야 할까?


민생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건 없는 현금 지급이란 점에서 지난 코로나19 유행 당시 1차 재난지원금을 떠올리게 합니다.

2020년 5월, 모든 국민이 재난지원금으로 40만원(1인 가구)~100만원(4인 가구)을 받았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시 경기지사로서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 1명당 1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재난기본소득의 취지는 ‘소득 상승→소비 진작’으로, 지금 민생지원금을 주자는 논리와 같습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의도는 통했을까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손에 쥐여준 현금이 추가 소비를 일으킨 건 분명해 보입니다. 2020년 12월, KDI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신용·체크카드 매출이 약 4조원 늘었다고 추정했어요.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은 가구가 이중 약 30만원을 썼다고 봤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평가는 갈립니다. 경향신문은 ‘겨우 30%’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KDI 연구위원은 “단순히 ‘100만원을 받아서 소비진작 효과가 고작 30만원 밖에 안되느냐’라고만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어요. 나머지 70만원은 저축하거나 빚을 갚는 데 썼을 텐데,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았다면 그 저축과 채무 상환도 없었을 거란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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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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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재난지원금 효과를 바탕으로 민생지원금 효과를 예측해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금’과 ‘그때’의 상황이 같은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엇갈리기 때문이에요.

지금이나 그때나 소비가 위축됐다는 진단은 같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소비 진작’을 들어 민생지원금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물가 자극’을 들어 민생지원금에 반대합니다. 현재 소비를 위축시킨 건 높은 물가인데, 이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세계 각국이 지원금 등 돈을 너무 많이 푼 게 시작이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팬데믹에서 겪은 일을 지금 현실에 아주 거칠게 대입해 보겠습니다. 25만원 민생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평균적으로 30%인 7~8만원 정도를 지출합니다. KDI가 2020년과 2024년에 각각 밝혔듯 민주당이 바라는 소비 진작 효과도 있겠지만, 정부·여당이 걱정하는 물가 자극 현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금, 물고기를 그냥 줘야 할까요?

누가, 물고기를 받아야 할까?


대통령실은 민주당 민생지원금 공약을 “무분별한 현금 지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현금 지원’ 자체가 꼭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5월 취임 직후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전금 등 현금성 지원만 36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추가로 집행했습니다. 이미 물가가 급등 조짐을 보일 때여서 기름을 붓는 게 아니냐고들 우려했어요.

어느 정부나 복지나 경기 부양 차원에서 민간에 현금 지원을 합니다. 현금 지원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실의 발언에서 방점은 ‘무분별’에 찍혀야 합니다. 현금 지원을 하되 분별했느냐, 분별하지 않았느냐. 쟁점은 ‘보편이냐 선별이냐’는 오랜 논쟁으로 돌아갑니다.

이재명 대표는 줄곧 ‘보편’의 편에 섰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보편)에게 줄지 특정 계층(선별)에게 줄지 논쟁이 격렬할 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위기 시엔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연대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선별을 하면 국민 통합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 세금을 많이 낸 사람에게 위기 국면에서 ‘당신은 수입이 많으니까 빼자’고 해버린 거다. 다음에 공동체 전체를 위해 돈을 모아 쓰자고 할 때 그들이 동의할 리가 없다. 이게 선별의 함정이다. 단기적으로는 달콤한데 장기적으로는 매우 나쁜 결과를 빚는다. 앞으로 계속 복지 지출이나 국민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늘려가기 위해선 결국 증세를 하고 이전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엄청난 저항이 발생한다.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면, 그 선별 작업에 적잖은 행정력과 시간이 드는 점도 보편 지급을 옹호하는 논리입니다. 심각한 위기가 급박하게 진행 중이라면 대상자만 선별하다 지원할 적기를 놓칠 수도 있죠.

그렇다고 보편만이 과연 답일까요? 그 한계도 아주 뚜렷합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주면 통장 잔고가 25만원인 사람 A와 2500만원인 사람 B가 느끼는 건 아주 다를 거예요. B는 25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는지조차 모를 수 있죠. 돈을 쓰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반면 A는 마지막 한 푼까지 쓸 거고요. B에게 갈 25만원이 A에게 가야 그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푼돈’을 받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연대의식’을 말하지만, ‘골고루 푼돈’보다는 ‘목돈 몰아주기’가 더 나은 연대를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관점을 건강보험에 빗대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보편복지인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을 가입자로 포괄하지만 모든 가입자에게 매달 동일한 액수의 의료비를 나누어 주는 게 아니라 아파서 병원에 간 사람에게, 병원을 이용한 만큼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지급한다. 아프면 필요한 만큼 차등지원해 주지만 아프지 않으면 한 푼도 지원해 주지 않는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재난지원금 효과를 분석한 결과, 선별이 보편보다 소비증대 효과가 컸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소득 하위 50%’란 기준을 두고 자체적인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그 결과 60% 이상을 소비했다는 겁니다. KDI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소비 비율이라고 밝힌 30%보다 더 큽니다.

누가, 물고기를 받아야 할까요?

 2020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늘렸지만, 그 규모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보면, 민생지원금은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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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포퓰리즘’은 따로 있다


한계소비 성향(새로 늘어난 소득 중 소비에 쓰는 돈의 비율) 30%, 물가 자극 가능성, 끝나지 않은 보편·선별 논쟁…. 여러 지점에서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는 ‘전 국민 지원금’ 정책엔 이 단어가 꼭 따라붙습니다. 바로 ‘포퓰리즘’입니다.

포퓰리즘이란 말은 현실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독일 역사학자 얀 베르너 뮐러의 <누가 포퓰리스트인가>(마티)에 따르면, 부의 분배나 평등을 강하게 지지하는 정치사상뿐만 아니라, 좌·우 혹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완고한 정치적 태도 또한 포퓰리즘이라고 불립니다. 미국 언론은 버니 샌더스를 ‘좌파 포퓰리스트’라고 부르는 한편 정치적 지향이 상반된 도널드 트럼프 역시 ‘우파 포퓰리스트’라고 불러요. 이처럼 포퓰리즘은 딱 잘라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민생지원금은 포퓰리즘일까요? 이재명 대표는 “국민 다수에게 필요한 정책을 하는 것을 누가 포퓰리즘이라고 하나”라고 부정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민주당에선 잊을만하면 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 지원금 주장이 나왔습니다. ‘표’퓰리즘이란 힐난을 받는 이유죠. 다만, 대상자를 선별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시행한다는 이유만으로 포퓰리즘이라고 낙인찍는 건 다소 지나쳐 보입니다. 지금은 일반화된 무상급식 역시 14년 전엔 포퓰리즘 논란 한복판에 있었단 사실을 생각하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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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변희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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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진짜 포퓰리즘’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준다는 내용이 아니라, 그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방식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지한 논쟁이 아닌 ‘타협하지 않는 완고한 정치적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현재 정부를 거치지 않고 국회 의결만으로 민생지원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법률안을 검토 중입니다. ‘거대 야당’의 지위에 기대 입법부는 입법, 행정부는 집행 역할을 맡는 삼권 분립 원칙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또, 민생지원금에 13조원이 든다면서도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기존 예산을 조정하거나 기금을 전용하면 (재원) 13조원 정도는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 게 전부입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020년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로 하자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훗날 정부가 국채를 상환하려면 세금을 들여야 하는데, 그럼 미래 세대가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빚을 갚게 되는 셈이라는 겁니다. 전 교수는 부자에 대한 ‘선별징세’를 권고하며 “경제정책은 정직하게 해야 한다. 헛된 약속으로 국민을 기망해서는 안 되고, 이 꽉 깨물어 총알을 물어야 할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장 생색만 낼 뿐, 책임은 나중으로 전가하는 방식을 지적한 겁니다.

지금은 이 말을 민주당에 그대로 돌려줘야 할 때입니다.

누구를 지원해야 하는가


비상한 시기에 피해는 결국 가장 ‘약한 고리’에 집중됩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과 거리두기 정책을 마주했던 팬데믹 시기엔 주로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약한 고리로 거론됐습니다. 소상공인,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두고 대안을 고민했습니다. 당시 정치인과 지식인은 ‘기본소득이냐, 전 국민 고용보험이냐’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급변하는 기후와 경제 상황 속에서 필요한 사회안전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어요.

기본소득은 막대한 재정이 들어 구현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은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2025년까지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하며 의욕을 보였습니다. 스포츠강사, 대리운전 기사, 식당 자영업자, 배달노동자 등 불안정 취업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유도해 비상 시 실업급여 등 지원을 받게 하자는 것이었죠.

2022년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900만명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절반을 겨우 넘습니다. 이들의 소득은 정규직과 달리 세세하게 파악되지 않는데, 시스템을 보완해 실시간으로 지금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게 만들자는 구상도 뒤따랐습니다. 그럼 위기가 닥쳤을 때 전 국민 지원금만큼이나 빠르고 정확하게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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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노인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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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고물가·고금리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 시기 가장 약한 고리는 어디일까요? 고물가 현상은 팬데믹이 끝나기 전에 이미 나타났습니다. 2022년 7월,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가 그해 2~4월 공공임대주택 거주 기초생활보장대상자 25가구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한번 볼게요.

이들의 식탁은 정말 불균형했습니다. 두 달 동안 14가구는 생선 등 수산물을 한 번도 사지 않았고, 육류와 과일을 한 번도 사지 않은 가구도 각 9가구에 달했습니다. ‘금사과’ 시대의 진짜 약한 고리는 사과를 못먹는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사과 말고 다른 대체 과일조차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 아닐까요? 우리는 같은 재난을 서로 다른 크기로 경험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에 대한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관한 논의 대신 일시적 지원금을 둘러싼 논란만 거셉니다. 약한 고리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지, 이들에 대한 안전망은 어느 수준은 돼야 하는지 논의는 의제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은 현 정부에서 흐릿해졌습니다. 정부는 매년 7월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에 대한 복지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을 정하는데, 그 기준이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매년 반복되고 있어요.

전 국민 지원금 약속이 현실에서 만만찮은 힘을 계속 발휘하는 건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현실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효과와 한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로요. 과연 거대 야당은 지금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걸까요?

 민생지원금의 필요성과 한계, 재원에 대한 논의없이 ‘주느냐 마느냐’ 논란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당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처럼 지금 필요한 사회안전망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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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늘렸지만, 그 규모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보면, 민생지원금은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생지원금의 필요성과 한계, 재원에 대한 논의없이 ‘주느냐 마느냐’ 논란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당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처럼 지금 필요한 사회안전망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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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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