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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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고인 전주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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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경남 거제시에서 한 여성(19)이 집에 무단침입한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뒤 숨졌습니다. 사망 전 피해자는 자신을 감시하고 때리는 가해자를 여러 번 신고했지만, 당시 경찰은 가해자가 법이 정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숨진 뒤에야 가해자에겐 스토킹 범죄 혐의가 적용됐는데요. 애초 경찰은 왜 가해자의 행위가 스토킹이 아니라고 봤을까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다 돼 가는데, 왜 스토킹을 동반한 강력범죄는 끊이지 않을까요? 젠더 폭력 전문가 서혜진 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거제 사건 초기 경찰은 “서로 약속을 잡아 만났으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라는 스토킹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그게 맞나요?
서혜진 변호사: ‘(연인이) 약속을 잡았다.’ 형식과 외관만을 보면 문제가 없죠. 하지만 그 맥락과 내면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진실이) 아닌 경우가 있어요. 왜 그 약속에 나갔을까? 왜 그 약속을 잡았을까? 만남에 왜 동의를 했을까? 전체 맥락을 고려했다면 경찰이 그렇게 변명하기는 어렵겠죠.
[The 2] 법은 스토킹 행위를 7가지로 규정해요. 그중 하나라도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하고요. 충분한가요?
서혜진 변호사: (가해자 행태가) 스토킹 처벌법이 정한 7가지 행위에 안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스토킹 범죄의 특징은 가변성이 있고 창의적이라는 거거든요.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창의적으로 행위가 변하면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온라인 스토킹 중 계정 사칭이 있는데요. 내 사진을 가져와서 나인 척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거예요. 이게 스토킹 처벌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해도 스토킹 행위로 규정이 안 됐거든요. 그러다가 작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추가가 됐어요. (스토킹 행위를 열거하는 한국은) 스토킹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독일과는 달라요.
지난 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의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최아무개(25)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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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되면 구속이 잘 되긴 하나요? 실형 선고는요?
서혜진 변호사: 2022년 서울 지하철 신당역 사건 때 전주환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다 피해자를 살해했어요. 처음엔 구속영장 청구 사유가 스토킹 처벌법 위반이 아니라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 혐의였어요. 당시 법원은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는데, 법원이 잘못 판단한 거죠. 그 뒤 피해자가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거든요. 그러면 새로운 죄명이 생겼으니 경찰이든 검찰이든 적극적으로 수사해서 영장 청구를 더 해야 했는데, 전혀 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할 때 여전히 가해자, 즉 범죄를 저지른 사람 위주로 판단하고 있어요. 직업이 분명히 있는가, 주거가 일정한가. 그런데 구속 영장을 발부할 때 심사 요소 중에는 피해자에 대한 위해의 우려나 재범의 위험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법률에 규정돼 있거든요. 그런데도 스토킹 피해자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또 죄명이 단순히 스토킹 처벌법 하나만 있었을 때는 실형 선고 비율이 확연히 떨어져요. 예를 들어 4년 동안 연락하며 괴롭혔던 가해자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어요. 스토킹 정도의 사안이면 실형을 판결할 정도로는 보지 않는 거죠.
[The 4] 지난 6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어요. ‘교제 살인’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서혜진 변호사: 피해자가 죽기 전에, 죽지 않도록 뭔가를 미리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형법만으로는 그러기 어려워요.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된다면 그 전에 (수사 기관이) 개입할 수 있거든요. 미리 접근 금지를 할 수도 있고요. 그러기 위해선 스토킹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교제 관계였다면 스토킹으로 안 보는 경향이 있어요.
스토킹처럼 교제 폭력에 특별법이 생기면 입법 과잉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전 가정폭력 범죄 처벌법에 손을 대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교제 폭력은 가정 폭력이 아니니까, 이 법을 전반적으로 차용하되 법의 이름이나 개념을 바꿔 교제 폭력에도 적용할 수 있게 바꿔야겠죠.
[The 5] ‘안전 이별’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혜진 변호사: 교제 폭력이든 스토킹 범죄 피해든 입증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최대한 날짜나 메시지 내용이 나오게 캡처를 해두고 저장해놓는 게 좋아요. 변호사로 사건을 접할 때, 아무것도 증거가 남은 게 없으면 정말 안타깝거든요. 가해자가 피해자의 휴대전화 내용을 지우게 하는 경우가 있지만, 피해자들이 무서워서 스스로 지우는 경우도 있거든요. 물론 힘들겠지만, 폴더 하나를 만들어 (증거를) 넣어놓았으면 해요. 또 무조건 주변에 얘기를 많이 해놓으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그게 나중에 다 증거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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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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