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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사랑했는지 궁금해?

헤럴드경제 이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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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사랑했는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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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3회> 감추어진 승부 57

옛날 옛적, 조선시대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곤장을 맞는다는 건 엄청난 수모가 아닐 수 없었다. 죄인을… 그것도 남들이 빙 둘러보는 곳에서 나무로 엮어낸 형틀에 엎어놓고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가 토실토실 드러나도록 발목까지 옷을 내린 뒤에…

“네 이놈, 네 죄가 무엇인지 아느냐?”

이렇게 닦달한 연후에 형을 집행하는데, 죄가 가벼우면 태질을, 죄가 무거우면 장질을 해댔다. 태(笞)란 대쪽을 갈라 만든 회초리고, 장(杖)이란 통나무를 넓고 길게 깎아 만든 무시무시한 매였다.

“한 번만 살려줍쇼, 나리.”

뭐 이런다고 봐주었을까? 곤장 석 대에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터져 피가 낭자해지고, 열 대를 넘어서면 살이 허물어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특히 치도곤이라 하여 도둑을 다스리는 곤장은 그 길이가 173cm에 너비 16cm, 두께가 3cm로 정해져 있었다고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100대까지 매질을 했다고 한다.


그럼 여자에게는?

누군가는 필시 이런 호기심에 빠져 있겠지. 남녀 7세 부동석이라. 남녀 간에 물 한 바가지 얻어 마시려 해도 내외를 하던 시절인데, 뭐가 어째? 남정네들이 빙 둘러보는 곳에서 아녀자의 볼기를 벗겨?


하지만 여자라 해도 어김없었다. 다만 치마를 홀랑 벗겨내지만 않았을 뿐인데 단속곳으로 살짝 가린 위에 물 한 바가지를 뿌려놓고 매질을 했으니… 요즘 패션계에서 유행하는, 속이 훤히 내비치는 ‘시스루 룩’이 거기에서 연유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여자들의 경우에 형틀의 모양도 조금 달랐는데… 머리 쪽은 낮고, 다리 쪽이 한 자나 높은 형틀에 엎어놓았겠다? 그러니 죄인은 마치 원산폭격을 하는 형상이었을 테고, 형리는 아녀자의 허벅지 사이… 은밀한 샅을 은근슬쩍 들여다보곤 했을 것이다.

각설하고, 잽싸게 도망쳤다가 다시 잡혀온 강준호도 3류 감독처럼 고스란히 치도곤을 맞을 입장에 놓여 있었다. 나시족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은 분명히 마을 처녀들을 도둑질하려 했던 인간 말종들이었다. 마침 3류 감독은 옷을 홀랑 벗긴 상태에서 그 청년들에게 불방망이로 볼기를 맞았으니, 우리네 조선시대 개념으로 본다면 도둑을 다스리던 치도곤을 맞던 중이라 해도 무방했다.

“아이고, 재수에 옴 붙었구먼. 잽싸게 도망치지 않고 뭐했어요?”


“앗따, 팀장님도 잡혀온 주제에….”

그들은 나시족 청년들의 눈치를 흘금흘금 보면서도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속삭이곤 했다. 그나마 뒤집어 입었을망정 옷가지라도 걸치고 있던 강준호의 눈에 홀랑 벗겨진 채 떨고 있는 3류 감독의 꼴은 우습기만 했다.

“그 사타구니에 달린 물건이나 좀 가리세요. 창피해 죽겠구먼.”

“두 손이 꽁꽁 묶여 있는데 어떻게 가립니까? 나도 창피해 죽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3류 감독의 두 손은 허리 뒤로 꽁꽁 묶인 채였다. 이런 죽일 놈들이 있나, 사람을 묶어놓고 불방망이로 패다니….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호기를 부릴 처지가 아니었다. 불방망이로 엉덩이를 흠씬 두들겨 맞은 3류 감독은 엉덩이 부위가 돼지불고기처럼 벌겋게 익어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판국이었는데… 그 모습을 빤히 보고 있자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헬로, 다꾸앙! @#$%^&@#$%”

그중 험상궂게 생겨먹은 나시족 청년이 두 손가락으로 강준호의 사타구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헬로, 다꾸앙! 어쩌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일본사람인 줄로 아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다음 말은 알아먹을 재간이 없었다. 그러자 3류 감독이 이렇게 속삭였다.

“혹시 저 아가씨와…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냐고 묻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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