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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람] ‘블레어 흉내’로 14년만에 英 노동당 총리 노리는 스타머 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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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총리 오른 블레어처럼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표심 공략

셔츠와 넥타이 이미지도 따라하기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오는 7월 4일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23일. 그와 차기 총리 자리를 두고 맞붙을 키어 스타머(62) 노동당 당수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바꿉시다(Change)’라는 제목을 달아 1분 43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조선일보

토니 블레어의 1997년 선거 캠페인과 키어 스타머의 2024년 선거 캠페인을 비교한 BBC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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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제작된 전반부엔 병원 진료 지체로 힘들어하는 환자와 의료진, 높은 모기지(장기 주택대출) 금리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어두운 모습과 함께 수낙,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등 보수당 총리들의 얼굴을 잇따라 보여준다. 뒤로 가면서 화면은 화사한 컬러로 바뀐다. 스타머가 각계 각층 영국인들과 만나서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눈다. ‘노동당이 바뀌었습니다’ ‘나라가 우선, 당은 그다음입니다’ 등의 큼지막한 자막이 화면을 채운다.

집권 보수당의 인기 하락으로 오는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노동당 당수로 차기 총리 가능성이 커진 스타머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은 45%로 보수당(23%)을 22%포인트 차로 앞섰다. 스타머는 수낙이 조기 총선 날짜를 확정하기 엿새 전인 지난 6일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제목으로 총선 핵심 공약을 이미 발표했다. 경제 안정, 병원 대기시간 단축, 국경 수비 강화, 에너지 안보 확보, 반(反)사회적 범죄 강력 단속, 신규 교사 6500명 채용 등 실용성을 극대화한 공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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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PA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지난 13일 하원의 총리 질문에서 "양로원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정부 지침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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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엔 스타머를 1997년 총리에 오른, 당시 노동당 당수 토니 블레어와 비교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취임할 경우 나이가 블레어(취임 당시 44세)보다 훨씬 많긴 하지만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킷을 벗은 셔츠와 넥타이 차림의 ‘일하는 정치인’ 이미지를 보여주며 ‘변화가 가능한 총리’ 느낌을 주는 전략도 블레어를 연상케 한다.

1997년 총선에서 압승해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후 노동당은 블레어의 10년(1997~2007) 집권에 이어 고든 브라운(2007~2010)으로 이어지는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 정국 주도권을 보수당에 빼앗겼고 14년째 야당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노동당이 최근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이게 된 데는 스타머의 중도·탈이념 색채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머는 1962년 영국 사우스워크에서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이름 ‘키어’가 노동당이 배출한 최초의 국회의원 키어 하디에서 땄을 정도로 부모는 열렬한 노동당 지지자였다. 그 역시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과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등 쟁쟁한 정치인들의 경쟁을 보면서 성장했다.

리즈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한 뒤 1986년 법조인이 된 뒤부터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맥도널드의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 사건 폭로, 백인들의 흑인 청소년 살인 사건에서 피해자 변호 등의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8~2013년 왕립검찰청장을 역임했고, 2015년 총선 때 런던 홀본·세인트판크라스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스타머가 당선된 즈음, 노동당은 암흑기였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제러미 코빈 당수가 공공 부문 재정 지출 확대 등 강경 좌파 노선을 고집하면서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노동당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밀어붙인 보수당에 계속 밀리며 정국 주도권을 빼앗겼고 선거에선 연전연패했다. 2019년 12월 조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다시 참패해 코빈이 물러나면서 2020년 4월 새 당수로 선출됐다.

취임 초기엔 역대 노동당 당수에 비해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인권변호사와 검찰을 모두 경험한 안정적인 이미지, 블레어의 ‘제3의 길’을 연상케 하는 중도 노선으로 지지층의 호감을 얻었다. 존슨 전 총리의 ‘파티 스캔들’, 후임 트러스 전 총리의 최단명 재임 등 각종 악재가 겹친 보수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중도층 민심을 안정적으로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에 결혼한 부인 빅토리아 스타머는 변호사로 현재 영국의 공공 의료 서비스인 NHS(국가의료제도)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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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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