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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였던 박철우는 태극마크도 15년을 달았다. 남자배구는 2000 시드니 이후 한 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고, 아시안게임 역시 2006 도하 이후 금메달이 없다. 공교롭게도 2006 도하 때는 박철우가 대표팀에 속해 있지 않았다. 국제대회 금메달 없이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 “국가대표 15년,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박철우는 “어렸을 땐 국가대표로 욕심이 너무 많았다. 잘하고 싶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배구에만 너무 몰두하다 보니 조금만 안 되도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면서 “나이가 든 뒤로 해외에 경기를 하러가면 의자에 앉지 않게 되더라. 다리가 뭉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하다보니. 나이 들어서는 카페인 음료 같은 것을 먹고 스쿼트 등을 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런닝하는 등 계속 움직인 뒤에 경기를 하니 좀 나아졌다. 어릴 땐 이런 것도 모르고 비행기에서 실컷 자다가 경기를 하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부분을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장 한으로 남는 경기도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이란과 맞붙은 4강전 패배였다. 박철우는 “당시 5일 동안 4경기를 하는 강행군이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때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가 없었던 것 같다. (한)선수랑 ‘다시 해도 그때처럼은 못하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 쏟아부었지만, 이란에 2-3로 패했던 게 너무 아쉽다”라고 말했다.
홈인 인천에서 열린 2014 아시안게임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박철우 개인에겐 마지막 군 면제의 기회가 달렸던 아시안게임이었다. 이란과의 결승이 고비로 여겨졌지만, 4강에서 일본에 패해 금메달의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박철우는 “예선부터 8강까지 쭉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경기를 했다. 경기력도 무척 좋았다. 근데 4강전이 송림체육관이 아닌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더라. 개최국이면 경기장의 이점을 누려야 하는데, 갑자기 바뀌니 당황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상록수체육관만 가면 경기가 안 풀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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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우팅도 연습하고 있어요. 해설위원 박철우도 기대해주세요”
박철우는 다가오는 2024~2025 V리그부터 KBSN스포츠의 해설위원으로 나선다. 롤모델도 있다. 박철우는 “선수 시절 해설을 들을 때면 김상우 감독님이 톤이나 기술적인 이야기 등을 잘 전달한다고 생각해왔다. 여기에 이세호 교수님처럼 재밌는 이야기도 섞어주고 경기가 고조될 때는 같이 흥분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두 분의 장점을 잘 담아내는 해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설 데뷔는 7월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코리아컵 국제남자배구 대회가 될 예정이다.
워낙 달변으로 유명한 박철우지만, 해설 연습은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박철우는 “나름 자신감이 있었다. 인터뷰 경험도 많고 해서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면 되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 첫 해설연습을 마치고 진짜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샤우팅도 연습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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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의 꿈도 있다. 내가 추구하는 배구로 이기는 팀을 만들고 싶어”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배구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박철우지만, 지도자로서의 꿈은 있다. 박철우는 “선수라면 누구나 팀을 지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나 자신만의 배구만 봤다면, 나이가 들수록 팀의 배구를 보게 되더라”라면서 “전에는 내가 30점, 40점을 해도 질 때가 있었는데, 이기는 팀을 만드는 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4~2025시즌 남자부 7개팀 중 무려 5개팀이 외국인 감독을 사령탑으로 쓴다. 이에 대해 박철우는 “한국 배구 전체가 반성해야 되는 시기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우리 배구인들이 노력하고, 공부하고, 외국에 나가서 공부해서 더 나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해설위원을 하면 모든 팀을 돌아다니면서 각 감독들이 훈련을 어떻게 시키는지를 볼 수 있다. 5개팀이 외국인 감독을 쓰니까 굳이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다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너무 기대가 된다. 해설위원을 하는 시간은 예비 지도자 박철우의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박철우의 곁에는 훌륭한 감독 교보재가 있다. 한국배구의 최고 명장인 신치용 감독이 장인어른이다. 박철우는 “장인어른의 배구는 보이지 않는 데서 강함이 있다. 배구란 게 결국 18m x 9m 규격의 코트에서 공간의 싸움 아닌가.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의 싸움인데, 그 공간을 모든 선수들이 잘 채워주면서 원활하게 움직이는 배구를 했던 것 같다. 장인어른 밑에서 진짜 많이 배웠다. 모든 팀원들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팀을 이기게 만드는 배구, 이를 실현시키셨던 분이 장인어른이니 훗날 지도자가 되어 막힐 때면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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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뛰고 있는 친구, 후배들과 프로를 꿈꾸는 유망주들에게 박철우가 전하고 싶은 얘기는?
박철우가 이제 선수생활을 내려놓지만, 그의 1985년생 동갑내기인 한선수, 유광우(이상 대한항공)을 비롯해 1986년생 한 살 아래 동생들인 신영석(한국전력), 문성민, 박상하(이상 현대캐피탈) 등은 현역을 유지한다. 아직 팀의 중심인 선수들도 있고, 전성기에서 내려와 현역 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먼저 떠나는 박철우에게 이들을 향한 한 마디를 부탁했다. 고민하던 박철우는 “제 또래 선수들이 마흔 가까이까지 선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점을 찍었던 선수들이란 얘기 아닌가. 한국 배구에서 한 획을 그었던 선수들이 아직까지 잘 해줘서 고마운 것 같다. 제가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추락’이 아니라 ‘연착’을 했으면 한다. 부드럽게 비행을 잘 마치고 내려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 꿈나무들에게도 한 마디를 부탁했다. “프로는 정말 냉혹하고 냉정한 곳이다. 어제 왔다가 내일 나가는 곳이 프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몸과 영혼을 모든 걸 갈아넣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배구에 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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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한국전력에 뛴 박철우. 그에게 만약 배구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어떤 유니폼을 입성하고 싶냐고 물었다. 박철우 선수 개인이 가장 빛났던 것은 현대캐피탈, 가장 많은 우승과 가장 오래 뛴 팀은 삼성화재,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한 곳은 한국전력이다.
박철우는 “세 팀의 유니폼을 다 조합해서 들어갈 수는 없을까”라면서 한참 고민하다 “감사하게도 저는 팀을 옮길 때 모두 제 선택이었다. 그래서 팀을 옮길 때마다 항상 미안한 마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제 가장 미안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역시 삼성화재였던 것 같다. 가장 오래 있었던 팀이라 그런지 후배들과도 유대감도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삼성화재일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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