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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퇴한 염기훈.. 박경훈 단장 "서포트 부족? 전혀 아냐" 반박→하지만 시즌 전부터 '삐거덕'[오!쎈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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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사진] 박경훈 수원삼성 단장 / 노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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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노진주 기자] '5연패' 염기훈 감독(41)이 수원삼성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라고 했지만, 그의 문제만이라고 할 순 없다. '승격' 목표에 걸맞지 않은 서포트를 한 구단 수뇌부들도 성적 부진에 대한 지분이 있다.

염기훈 감독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15라운드 맞대결에서 수원이 서울이랜드FC에 1-3으로 패하자 팬들 앞에서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이랜드전 패배로 수원은 리그 5연패에 빠졌다. 승점 19, 6위 제자리걸음을 했다. 다이렉트 승격 목표와 멀어지고 있다. 수원은 전반 41분 뮬리치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막판 내리 3골을 헌납하며 역전패했다.

결국 팬들은 뿔났다. 경기 후 홈 응원석에 있던 팬들은 염기훈 감독을 향해 여러 차례 “나가”를 외쳤다. 수원 버스 출구 펜스 밖에도 성난 팬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퇴근할 염기훈을 기다리며 “나가라”를 외쳤다. 일부 팬들은 수원에 승리를 안긴 이랜드의 선수단 버스가 지나가자 박수를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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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버스 출구 근처에 모인 팬 / 노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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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걸어 나오고 있는 염기훈 감독과 박경훈 단장 / 노진주 기자.


수원 관련 차량이 나오지 않고, 팬들은 밖에서 계속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1시간가량 계속됐다.

결국 염기훈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버스 출구를 ‘걸어서’ 나왔다. 박경훈 단장을 포함해 구단 수뇌부들도 함께 나왔다.

무거운 표정을 하고 나온 염기훈 감독이 한 것은 ‘자진 사퇴’ 발표였다.

그는 "죄송하다. 경기 끝나고 단장님 찾아가서 떠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했다. 제가 2010년에 수원 와서 많은 사랑과 질타를 받았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에 대한 팬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이젠 우리 선수들한테 더 큰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수원에 있었다. 울기도 많이 울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마지막에 이런 모습을 팬분들에게 보여드려 죄송하다. 이젠 뒤에서 수원과 팬분들을 응원하겠다. 웃으면서 떠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 제가 모든 책임 지고 떠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울먹거린 염기훈 감독은 "그동안 감사했고, 죄송했다. 수원에 있으면서 행복했다. 다음에 또 인사드리겠다”라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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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퇴 발표하고 있는 염기훈과 박경훈 단장 / 노진주 기자.


뒤이어 취재진과 인터뷰한 박경훈 단장은 “첫 지도자로서 성공을 시키지 못하고 염기훈 감독을 보낸 것에 마음 아프다”라며 코치진 전원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이렉트’ 승격 목표에도 불구하고 구단이 염기훈 감독에게 미미한 서포트만 했단 시선엔 “전혀 그렇지 않다. 항상 감독이 원하는 부분을 해줬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 염기훈 감독과 구단 사이엔 외국인 선수 영입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염기훈 감독이 원했던 외국인 A선수를 수원 수뇌부가 영입 불가 이유를 ‘분석’까지 해가며 퇴짜를 놨다. A선수는 K리그 무대에서 올 시즌 펄펄 날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원 수뇌부는 염기훈 감독의 선견지명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입 기회를 스스로 날린 꼴이 됐다.

마치 전폭 지원해 준 듯이 말했던 앞선 인터뷰와 달리 박경훈 단장은 OSEN과 통화에서 “염기훈 감독이 A선수를 원했다. 하지만 왜 (수원이 A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지 분석한 뒤 염기훈 감독에게 설명했다. 염기훈 감독도 인정했다”라고 들려줬다. 시즌 시작 전부터 의견 대립이 있었단 것이다.

염기훈 감독은 A선수의 영입을 매우 '적극적'으로 원했다. 지난 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주축 자원들이 수원의 강등과 맞물려 직전 겨울이적 시장 때 대거 팀을 떠나면서 수원에 믿을만한 새 외국인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염기훈 감독은 A선수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단의 반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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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염기훈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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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단이든 감독이 ‘단장’을 넘어서지 못한다. 여러 이유를 들며 선수 영입이 어렵다고 말하는 단장의 말에 수긍하지 않고 계속 반기를 드는 감독은 거의 없다. 박경훈 단장은 "(A선수의 영입 불가 이유를) 염기훈 감독도 인정했다"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단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염기훈 감독이 자진 사퇴 발표 직전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여름 이적 시장 때 (좋은) 선수 영입하는 게 (수원에)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라는 말을 남긴 데엔 이유가 있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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