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77_"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헬기 사고"
[마슈하드=AP/뉴시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고향인 이란 마슈하드에서 23일(현지시각) 이란 국기에 싸인 라이시 대통령과 헬기 추락 희생자들의 관이 운구되고 있다. 2024.05.24. /사진=민경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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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헬기 추락 사고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사망한 후 복잡한 중동 정세가 더욱 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권력 서열 2인자로 차기 최고지도자까지 거론되던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이란 내부에서 치열한 권력 싸움이 벌어질 조짐을 보인다. 또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라이시 대통령 사망 이후 예상되는 이란과 중동의 질서를 전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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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경제난·물 부족…권력 공백으로 성난 여론 표출 시 혼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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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동아제르바이잔주에서 열린 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라이시 대통령은 악천후 속 헬기 추락 사고로 동승했던 외교장관 등 7명과 함께 사망했다. 강경 보수파인 라이시 대통령은 과거 검사 시절 반체제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주도해 '테헤란의 도살자'로 불렸으며, 미국 제재 목록에 오른 최초의 이란 대통령이기도 하다. 취임 후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두건) 단속을 강화하면서 벌어진 사망사건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강력한 대응을 지시해 500여 명의 시민이 사망하기도 했다.
현재 이란은 8개월째 지속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막후에서 지휘하면서 이스라엘, 서방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경제 제재로 경제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폭등했으며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물 부족 현상까지 심화하면서 정치·경제적 불안이 크게 고조됐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이란 체제가 갑작스러 권력 공백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강경한 정책 속에서 억눌렸던 이란 젊은이들과 중산층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경우 예상 못 한 혼돈에 빠져들 수 있다.
한편 이란 정부는 5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오는 6월 28일 대통령 보궐 선거를 치를 예정이며 모하마드 모크베르 제1부통령이 신임 대통령 선출 전까지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테헤란=AP/뉴시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네 번째)가 2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헬기 추락 희생자들의 관을 앞에 두고 이들의 장례 예배를 집전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의 유해는 고향인 마슈하드로 옮겨져 매장된다. 2024.05.24. /사진=민경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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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차기 최고지도자 모즈타파, 자격·세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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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치 국가인 이란 통치구조의 특성상 라이시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에 불과하며 실제 국가 권력의 정점에는 최고지도자인 '라흐바르'가 있다. 현재 라흐바르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앞선 초대 라흐바르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어 35년간 최고지도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흐바르는 국가 최고 정책 결정권 외에도 군 통수권, 사법부와 군 사령관, 이슬람혁명수비대장 등의 임명권, 선출된 대통령의 인준권과 해임권, 사면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4년 임기 직선제로 선출하지만 최고지도자는 종신제로 이슬람 신학자 88명으로 구성된 국가지도자 운영회의에서 선출한다.
문제는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이 하메네이 후계자로서 일찍부터 낙점된 인물이란 점이다. 하메네이가 85세의 고령인 데다 10여 년간 지병을 앓고 있어 라이시 대통령의 부재는 최고지도자 후계 구도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전문가들은 유력한 최고지도자 차기 후계자의 부재로 향후 이란 정치권의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외신 보도에 따르면 물망에 오르는 최고지도자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인물은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파 하메네이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모즈타파가 현재까지 베일에 가려 있었지만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핵심 권력을 거머쥔 실세로 평가한다.
반면 모즈타파가 최고지도자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직자가 맡게 된다는 점에서 모즈타파는 자격이 부족하다. 또 최고지도자를 아들이 세습하면 이슬람 혁명 정신에 어긋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세습 왕정 체제를 비난해 온 하메네이 자신이 최고 권력을 세습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이란에서 세습은 신정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현재 모즈타파가 아버지인 하메네이의 후광 아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보수 우파 내부에서 미래 권력을 어떻게 다질 것인가를 두고 합종연횡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대통령 선거는 이란 정치권력의 변화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테헤란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장례식에 추모객들이 운집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국경에 양국이 공동 건설한 댐 준공식에 참석한 후 헬기를 타고 복귀하던 중 추락 사고를 당했고 20일 사망이 확인됐다. 2024.05.2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테헤란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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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내부 결속 위한 대외적 강경 행동 vs 무리수 두지 않고 내치에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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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란 정부는 차기 대통령과 최고지도자 후보까지 동시에 구상해야 하는 상황으로, 권력 공백기에 혼란한 내부 결속을 위한 대외적 강경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헤즈볼라나 후티 반군 등 무장세력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 센터장은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함으로써 대리전이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미 선을 넘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제2의 공습도 얼마든지 감행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차기 권력 승계 문제가 최우선 사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란이 추가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무리수를 두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이란이 선거와 후계 구도 등 내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개입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 연구원은 "이란이 내부 결속을 위해 강경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있지만 리스크가 너무 커질 수 있다. 이스라엘은 권력 공백기에 어떤 내부적 구심점을 만들기 위한 도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이란이 도발한다면 오히려 이를 기회삼아 더욱 강력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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