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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김호중 사건'을 통해 새삼 돌아보게 되는 3가지 수칙[서병기 연예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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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가수 김호중(33)이 뺑소니 사고 이후 보름만인 24일 결국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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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사건은 새삼 연예인이 어떻게 행동하고 대중과 소통해야 할지를 되새겨준다.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위기를 모면하는 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첫째, 거짓말은 하면 안된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다. 음주운전도 엄중히 다스려야 할 죄이지만, 거짓말은 신뢰를 잃어버리게 한다. 특히 연예인이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김호중 사건의 거짓말들은 거의 단기 순간 모면용이다. 그러니 계속 거짓말이 필요해졌다. 십여일을 버티는데 십여개의 거짓말이 나와야 한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는 거짓말 돌려막기. 그렇게 해서 거대한 '거짓말 매트릭스'가 작동하게 됐다. 김호중과 소속사는 계속 쌓이는 거짓말을 나눠가졌다.

그렇게 해서 음주운전 과실사고 하나만 적용하면 될 일을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증거인멸행위 등의 여러가지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우롱당하는 기분이 든다.

거짓말은 김호중과 소속사 사장, 본부장(매니저)이 나눠 가진다 해도 소용이 없다. 결과는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세 사람은 나란히 구속될 뿐이다. 급기야 검찰총장은 김호중과 소속사의 이어지는 거짓말을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둘째, 김호중은 잘못을 해놓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그 템포와 스케줄을 대중 감성에 맞추지 않고 자기들 스케줄에 맞췄다는 점이 큰 잘못이라는 점이다.

지난 22일 김호중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에서 언론사로 보내온 보도자료에는 "김호중은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라고 돼있다.

22일은 김호중이 사고를 낸 지 13일만으로, 거짓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중정서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도 "공연 좀 더하고 자숙할께요"라고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은 불난 집에다 부채질 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건 '자숙'(自肅)이 아니라 '타숙'(他肅)이다.

연예인들이 물의를 일으킨 후 대응과 해명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물론 신중을 기하려다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김호중 사건은 이와도 다르다. 김호중은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으로서 자격 상실이며, 그런 연예인을 관리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소속사도 자격이 없다.

셋째는 김호중과 팬덤 이야기다. 김호중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기꺼이 팬이 된 사람들은 이번 일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당황스러운 기분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덤도 대중정서를 읽고 건강한 조언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길게 보면 팬덤이 아끼는 스타에게도 유리해진다.

이제는 팬덤이 스타와 소속사와 함께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이루면서 서로 견제와 균형(체크 앤 밸런스, 팬덤 연구가 김정원 님의 논문에서 인용)을 이뤄가며 스타의 건강한 이미지와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호중 팬덤이 24일 디시인사이드 '김호중 갤러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 성명문은 김호중 갤러리에 올라왔을 뿐,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한다.

"24일 법원에서 김호중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하여 팬들은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동안 김호중과 소속사측의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며 김호중이 향후 성실하게 조사받고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 다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김호중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팬들의 진심을 너무 곡해하지 말아주기 바라며 훗날 김호중이 다시금 피어오를 그날을 학수고대하겠다. 끝으로 '마라톤 생중계'를 연상케 하듯 수사 과정이 일거수일투족 언론에 노출된 부분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디 김호중을 향한 수사 기관의 날카로운 칼날이 '정치권의 이슈를 은폐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감사합니다."

성명문에는 김호중 팬들의 복잡한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혹자는 김호중뿐만 아니라 정치인, 공직자 등도 이런 류의 잘못을 저지른다는 한국사회 전반의 병폐론을 얘기하지만, 그런다고 김호중의 거짓말이 용납되는 건 아니다.

팬덤은 이제 제3의 기획자로 인식될 정도로 콘텐츠 산업에는 중요하다. 이럴 때 일수록 아티스트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려 문화산업의 올바른 소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거기에는 김호중 팬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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