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연설로 깜짝 총선 일정 발표
노동당에 20%P 이상 뒤지는 열세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7월 4일 조기 총선을 깜짝 발표했다. 사진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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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7월 4일 조기 총선을 깜짝 발표했다. 이는 예상보다 3개월 이상 일정이 앞당겨진 것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에 밀리는 정국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낵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때”라면서 7월 총선 계획을 밝혔다. 비를 맞으며 연설에 나선 그는 이날 찰스 3세 국왕과 만나 다음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을 요청했고 찰스 3세가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차기 총선은 내년 1월 28일 전에 치러지면 되지만, 총리가 조기 총선을 발표할 수 있다. 그간 수낵 총리는 ‘올 하반기’라고만 시기를 밝혀왔고, 10~11월 총선 설이 가장 유력했지만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영국의 7월 선거는 1945년 이후 79년 만이다. 이날 발표는 직전까지 주요 장관 등에게도 알리지 않을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더타임스, 가디언 등 현지 매체들은 수낵 총리의 조기 총선 결단을 ‘도박’, ‘베팅’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집권해온 보수당이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는 지지율 열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총선 전초전인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도 노동당이 보수당에 압승을 거뒀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치면서 침체에 빠졌던 영국 경제가 최근 호전 조짐을 보이자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는 영국의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1년 7월 이후 최저인 2.3%로 나타났다는 소식과 동시에 나왔다.
수낵 총리가 연설에서 “불확실한 시기에는 안전한 미래를 위한 명확한 계획과 대담한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힘겹게 얻어낸 경제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내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뿐”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우리가 해낸 성취, 대담한 행동이 자랑스럽고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도 자신감이 있다”며 “이제 문제는 여러분이 가족과 나라에 안전한 미래를 위해 누굴 믿느냐”라고 했다.
인기가 더 떨어지기 전에 선거를 치르는 게 보수당에 유리하다는 절박함도 드러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진 상황에서 보수당이 반전 승리를 꾀한다기보다 인기가 더 하락하기 전에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동당은 경제 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보수당 집권 14년 동안 물가는 치솟고 이민자 문제 등으로 치안은 취약해졌다면서 ‘변화를 통한 안정’을 내세워 정권 교체론을 띄우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보수당 집권 14년을 거쳐 이제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면서 “혼란을 중단하고 새 장으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하원의원 650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 14년 만에 영국 집권당이 교체되면서 키어 스타머 대표가 총리가 된다. 노동당 총리가 탄생한다면 영국은 8년간 6명의 총리를 맞이하는 셈이다. 정권이 비교적 안정적인 영국에서는 183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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