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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낙 영국 총리 “7월 4일 조기 총선 치르겠다” 깜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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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에 지지율 크게 뒤진 가운데 승부수

조선일보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7월 4일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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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7월 4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22일 전격 발표했다. 올해 가을 혹은 초겨울에 치러질 것이라는 종전 예상을 깬 깜짝 발표다.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 대승한 노동당이 일찌감치 총선 체제를 가동한 상황에서, 집권 보수당 역시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지며 영국 정계는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접어들게 됐다. 수낙 총리의 보수당은 현재 20%대 역대 최저 지지율로 고전 중이다.

수낙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영국의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 다가왔다. 오늘 찰스 3세 국왕과 만나 다음 총선을 위해 5월 30일 의회(하원)를 해산할 것을 요청했고, 찰스 3세가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입헌군주제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영국은 총리가 국왕의 재가를 얻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 때인 지난 2019년 12월 총선을 치렀다. 영국 법률상 다음 총선은 내년 1월 28일 전에만 하면 된다. 수낙 총리는 최근까지 “총선이 올해 하반기에 치러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구체적 날짜가 제시되지는 않았으나 영국 정계에선 10~11월을 유력하게 예상해 왔다.

총선을 예상보다 앞당긴 것은 ‘늦출수록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매체들은 “수낙은 최근의 물가 상승률 하락과 경제성장률 회복 소식이 (단기적으로) 집권당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면 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한 탓에 (경기 부양을 위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 중장기적으론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전망된 가을까지 총선을 미룬다고 해서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지거나, 보수당 지지율이 더 개선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는 것이다.

현재 판세는 노동당에 크게 유리한 상황이다. 영국 매체와 여론 분석 기관의 여러 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은 보수당에 매번 20%포인트 이상 앞선다. 최근 14년간의 보수당 집권 기간 중 가장 큰 격차다. 이를 증명하듯 보수당은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 총 11개 시장 자리 중 겨우 하나를 건지는 참패를 했다. 노동당이 나머지 10개 중 9개를 가져갔다. 총선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보수당의 14년 장기 집권이 무너지며 영국 정치는 일대 지각변동을 겪을 전망이다. 옥스퍼드대, 월스트리트 금융가 출신의 사상 첫 유색 인종 총리로 화려하게 데뷔한 수낙 입장에선 ‘정권을 뺏긴 총리’란 불명예를 얻으며 정치 생명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결국 더 코너에 몰리기 전에 수낙이 마지막 ‘역전 찬스’를 쓰려 한다는 것이 영국 정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수낙 총리는 이날 “내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만이 힘겹게 얻어낸 경제적 안정과 영국의 안보를 지켜낼 수 있다”며 “남은 문제는 여러분이 가족과 국가에 안전한 미래를 위해 누굴 선택하느냐”라고 했다. 경제와 안보 문제를 지렛대 삼아 ‘보수당을 다시 선택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비를 맞으며 연설을 하는 그의 비장한 모습에 영국 언론들은 “수낙이 이번 총선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고 평했다.

수낙의 전략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영국 총리들은 집권당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조기 총선 승부수로 위기 탈출을 시도해왔다. 존슨 전 총리는 2019년 사실상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난항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되자 조기 총선을 선택, 하원 650석 중 절반이 넘는 365석을 확보하며 성공을 거뒀다. 반면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2017년 브렉시트 협상 방식을 둘러싼 찬반 격론 속에 조기 총선에 나섰다가 오히려 과반 의석을 상실하는 실패를 경험했다.

줄기차게 정권 교체론을 펼쳐온 노동당은 반색하며 선거전 돌입을 선언했다. 벌써부터 차기 총리 대접을 받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나라가 오래 기다려온 때가 왔다”며 “혼란을 멈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했다. 그는 검사 출신 정치인이다. 리즈대와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왕립검찰청 검찰국장을 지냈다. 그의 이름(키어)은 노동당 열성 지지자인 부모가 노동당 초대 당수 키어 하디를 따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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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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