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혼선, 구멍난 대응체계]
이복현 “6월 일부 재개 계획” 언급에… 외신까지 소식 전하며 시장 ‘술렁’
대통령실 “개인 희망” 뒤늦게 수습… 정책 혼란 반복에 신뢰 저하 우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시사하며 시장이 들썩이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관련 내용을 일축했다.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금감원장이 언론에 언급해 시장에 혼란이 생기자 대통령실이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불과 이틀 전 대통령실이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 대책 발표에 따른 혼란을 공식 사과한 데 이어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도 혼선이 일면서 정부 정책 전반의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투자자 혼란에 용산, 공매도 재개설 일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특별하게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 했다. 지난달 발표한 방침에 따라 불법 공매도를 점검·차단할 전산 시스템이 완비될 때까지는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으로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주가가 내려야 이익을 내기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며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이런 주장을 수용해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증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대통령실이 기존의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은 최근 이 원장이 다음 달 공매도 일부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야기된 시장 혼란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 설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이나 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정부 내 혼선에 정책 신뢰도 ‘흔들’
문제는 이 원장의 발언 내용이 금감원 내부에서도 정리된 바 없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관련 보도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공매도 재개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아직까진 재개 시점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금감원장의 발언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개인적인 희망’ 정도로 말씀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혼란은 고스란히 시장으로 전가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공매도 재개라니 과연 사실일까”, “총선 끝났다고 바로 약속을 어기나” 등 개인 투자자들이 이 원장의 발언에 의문을 표하는 내용의 글이 연이어 게시됐다. 외신들 역시 “공매도 일부 재개”라는 이 원장의 발언을 속보로 내보냈다.
금융업계에서는 공매도 재개와 같이 우리 증시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을 두고 정부 내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정책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식 석상에서의 금감원장 발언을 ‘개인적인 의견’으로 바라볼 시장 참여자가 몇이나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금감원장의 발언이 오해였다 하더라도 이를 고치는 것은 금감원장이어야지 대통령실에서 마치 반박하는 듯한 모양새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 스스로 투자자들의 혼선을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으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