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직구 3개로 1세이브' 특급 신인 두산 김택연의 두둑한 배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컷뉴스

두산 신인 김택연이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전 9회초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이날 김택연은 프로 첫 세이브를 거뒀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택연(두산 베어스)의 배짱은 남달랐다.

자칫하면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5년생 신인 투수는 "믿어 주셨으니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김택연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SSG 랜더스전에서 프로 첫 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 21경기 만에 기록한 1호 세이브였다.

마운드에 오를 당시 상황은 좋지 못했다. 두산은 9회까지 8 대 2 넉넉한 점수 차로 SSG에 앞서 있었다. 그러나 9회초부터 불펜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7회부터 마운드를 지켰던 박정수가 9회초에도 등판했는데 1사 이후 SSG 최정에게 3점 홈런을 맞고 강판했다. 이영하는 공 3개 만에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홍건희 역시 2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하필이면 대기 중이던 SSG 타자는 3타수 3안타로 경기 내내 타격감이 좋았던 김민식이었다. 이때 이승엽 감독은 과감하게 김택연 카드를 꺼냈다.

김택연은 김민식을 상대로 초구와 2구 모두 빠른 공 승부를 걸었다. 0스트라이크 2볼 상황, 김택연은 또 김민식의 몸쪽으로 직구를 던졌다. 선택은 옳았다. 김민식이 타격한 공은 유격수 앞으로 굴러갔고, 병살타로 이어졌다.

신인 투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팀을 구해낸 순간이었다. 경기는 8 대 6으로 종료됐고,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인 두산은 귀중한 승리를 쌓았다.

김택연은 경기 후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올라갔다"면서도 "세이브를 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팀의 승리를 지키는 데에 가장 신경을 썼다"며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 양상은 김택연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흐름이었다. 두산의 무난한 승리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9회초 급격하게 상황이 바뀌었고, 갑자기 김택연까지 소환됐다.

노컷뉴스

경기 후 인터뷰하는 두산 김택연. 이우섭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몸을 풀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김택연은 "스코어가 8 대 2였기 때문에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며 "저도 올라갈지 모르고 있었는데 다음 투수로 올라간다는 얘길 듣고 그때부터 불펜에서 강하게 던졌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래도 그전까지 준비를 잘해놨고, 마운드에 올라서도 5~6개 정도 던져 볼 시간은 있으니까 그 시간에 강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몸이 좀 빨리 풀리는 편이긴 하다. 시간은 충분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타자 김민식을 상대할 당시 김택연이 던졌던 구종은 오직 직구였다. 김택연은 올 시즌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자신의 직구로 '붙어보겠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고, 빠른 공으로만 까다로운 타자를 상대했다.

김택연은 "직구만 던질 생각이 강했다. (김)기연이 형이 '그냥 붙자'고 해서 저도 믿고 던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일단 점수가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직구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못 본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겠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럴수록 더 잘 준비할 것이다. 직구 외에 서브 구종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김택연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9회 위기 상황을 틀어막은 김택연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위기 때 저를 믿고 올려주시는 거니까 저는 그에 맞게 결과를 내고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책임감 있게 던지겠다"고 화답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