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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할머니 바람대로 일장기 대신 태극기 단 손녀… ‘세계’를 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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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유도 29년만에 세계선수권 金

주인공은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재일교포로 3년전 일본 국적 포기

세계1위 데구치에 연장 혈투끝 승리

동아일보

허미미가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7kg급 결승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 끝에 반칙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출처 IJF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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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단 허미미(22)가 한국 여자 선수로는 29년 만에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57kg급 세계랭킹 6위 허미미는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이 체급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를 꺾고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두 선수는 이날 정규 경기 시간(4분)의 3배가 넘는 총 12분 18초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다 데구치가 세 번째 지도를 받으면서 허미미가 반칙승을 거뒀다.

남녀부를 통틀어도 한국 유도 선수가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낸 건 2018년 바쿠 대회 이후 6년 만이다. 당시에는 안창림(73kg급), 조구함(100kg급)이 남자부에서 우승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건 허미미가 태어나기 전인 1995년 지바 대회 당시 정성숙(61kg급), 조민선(66kg급)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인 이중국적자였다.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6세 때 도복을 처음 입은 허미미는 2017년에는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2019년에는 한국 전국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허미미가 2021년 결국 한국 국적을 선택한 데는 그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간부였던 할머니는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할머니 뜻에 따라 태극마크를 목표로 삼은 허미미는 경북체육회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허석 선생은 경북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로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일본 와세다대에 재학 중인 허미미는 평소에는 일본에서 지내다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으로 넘어와 진천선수촌에서 생활한다.

허미미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 내가 준비한 대로 원하는 유도를 하고 좋은 결과도 얻어서 너무 행복하다.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데구치를 꺾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2019, 2023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데구치도 아버지는 캐나다인이지만 어머니는 일본인으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허미미는 “파리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당시 조민선이 마지막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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