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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 아닐 수도… '총리 피격' 슬로바키아, 공범 가능성 수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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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 시점에 SNS 게시글 삭제 정황
'범행 공모' 증거 인멸 시도 가능성
한국일보

지난 16일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정부 회의를 주재하고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던 중 총격을 받고 쓰러진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경호원들이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핸들로바=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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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 총격 사건과 관련, 슬로바키아 당국이 신병을 확보한 범인 외에도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배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이 사건 범인으로는 슬로바키아 국적의 남성 유라이 친툴라(71)가 붙잡혀 구속기소된 상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투슈 수타이 에슈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검거된 범인이 혼자 행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있다"며 "우리는 이번 사건이 단독범행이 아닐 가능성을 따져볼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살인미수 혐의로 친툴라가 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이후에 그의 페이스북 게시글이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제3의 인물이 친툴라와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친툴라는 지난 15일 오후 브라티슬라바 외곽 마을인 핸들로바에서 각료 회의를 마치고 지지자들을 만나던 피초 총리에게 5발을 발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3발이 피초 총리의 복부와 가슴 등에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초 총리는 위독한 상태로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5시간가량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회복 중이다.

당초 슬로바키아 경찰 당국은 친툴라의 범행을 정치적 동기에 의한 '외로운 늑대(사회에 대한 개인적 반감으로 혼자 범행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 유형으로 판단한 바 있다. 민간보안업체 근무 경력이 있는 작가 친툴라는 조사 과정에서 피초 총리가 이끄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배후 의혹이 제기되면서 슬로바키아의 정치 불안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번 총격은 유럽 내에서 전쟁과 이민, 경제난 등으로 인해 정치·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좌파 정당 지도자이면서도 이민과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선 강경 극우적 노선을 걷고, 외교에선 친(親)러시아 성향인 피초 총리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고위 공직자 부패 사건을 다루는 특별검찰청 폐지, 공영 방송에 대한 정부 통제 강화 등으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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