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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최송희의 참견] 8만 구독자 빠진 피식대학…성공적인 선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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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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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고개 숙였다. 경북 영양을 방문해 무례한 언행으로 '지역 비하 논란'을 일으킨 지 일주일 만이다.

피식대학이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메이드인 경상도, 경북 영양편'은 경북 영양을 방문하여 동네를 돌아보며 소개하는 코너였다.

피식대학은 해당 프로그램이 "이용주의 지역 정체성을 소재로 한 코미디 콘텐츠"라며 "이용주 본인이 부산 사람이라고 주장함에 반해 실제 경상도인과의 대면에서 보이는 어수룩함과 위화감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게 기획 의도"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메이드인 경상도 영양 편은 피식대학이 말하는 기획 의도와 맞지 않았다. 이들의 무례한 언행은 이용주가 아닌 보는 이들에게 위화감을 일으켰고 불쾌함까지 느끼게 했다. 이들은 영양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중국 같다" "공무원이 되어 영양에 발령받게 되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 "특색 없다" "똥물 같다"라는 등 무례한 발언을 일삼았고 지역민들의 외모나 행동을 품평했다. 지역 음식점을 방문해 저급한 표현으로 맛 평가를 하고는 보란 듯 상호명도 가리지 않고 방송하는 등 지역과 지역민들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피식대학은 이를 두고 "자연스럽게 지역 홍보적인 내용을 포함하게 되었고 해당 지역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 깊게 숙고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문제가 되었던 영양군 편은 지역의 명소가 많음에도 한적한 지역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하여 촬영했고 이에 따라 콘텐츠적인 재미를 가져오기 위해 무리한 표현들을 사용했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솔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이들은 "지적해 주신 모든 언급 사항에 대해, 코미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태로 시청자분들께 여과없이 전달되었고 이 부분 변명의 여지 없이 모든 부분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피식대학은 콘텐츠에서 직접 언급하여 문제가 된 제과점과 백반식당에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용서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영양군민과 영양에서 근무하는 공직자,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추후 어떤 형태로든 잘못을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며 "금번의 일을 계기로 코미디언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도록 하겠다. 좋은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그간 큰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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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피식대학 [사진=메타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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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의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심지어 "예상 시나리오였다"라며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민들의 외모 품평에 대한 사과는 없고 당사자에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는 대목으로 무마하려고 한다며 "마치 대형 로펌의 사과문 답안지 같다"고 평했다. "추후 어떤 형태로든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했으니, 이들의 행보를 눈여겨볼 일이다.

"선을 넘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사실 우리는 계속 선을 넘고 싶다. 지금 시대에 어디까지 가능할까 테스트를 해보고 그 끝에 누구보다 빨리 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용주, 김민수, 정재형은 지난 2월 유튜브 요정 식탁에 출연해 이같이 발언한 바 있다. 세 사람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선을 넘었고 누구보다 빨리 불쾌함의 끝에 도달했다.

코미디언이 직업이라면 그리고 '선'을 넘고 싶다면 자신들이 넘고자 하는 '선'이 무엇인지는 파악하고 있었어야 했다. 그 선이 어떤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어떤 무게를 가졌는지도. 선을 넘었을 때 보는 이들이 카타르시스가 아닌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들이 기준으로 두고 있는 선이 잘못된 건 아니었을지 다시 판단해 볼 일이다. 세 사람은 '코미디'를 위해 유튜브라는 매체를 찾았고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본인들만 웃기고 즐겁고 말 일이었다면 굳이 카메라를 켜지 않아도 좋았을 일이다.

해당 콘텐츠는 일주일 만에야 비공개 처리되었고 8만명의 구독자가 빠졌다. '메이드 인 경상도' 영양 편을 시작으로 하나둘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고 이를 지적하는 시청자들도 늘고 있다.

아주경제=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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