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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정후, 10월 아닌 '조기 수술' 결정 왜?…장기계약 고려 '완벽한 미래'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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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수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관건은 수술을 언제 할 것인가였다.

2~3발 전진을 위한 한 발 후퇴를 결정했다. 올해 수술을 하고 내년엔 스프링캠프부터 차곡차곡 앞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생활 한 달 보름 만에 수술대에 오르게 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얘기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8일(한국시간) "이정후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다. 어깨 수술을 권유받았다"며 "이정후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는다. 2024년엔 그라운드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애슬레틱'이 수술 결정 전후 사정을 전했다. 매체는 "이정후와 구단은 어깨 재활을 하다가 복귀, 시즌 후반기에 경기를 치르고, 10월에 수술받는 방법도 논의했다"며 "하지만 이정후와 올해 6년 1억1300만 달러(1532억원) 장기 계약 체결한 것을 감안, 2025시즌을 건강하게 출발하는 게 가장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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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부문 사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디애슬레틱,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엘라트라체 박사가 아직 수술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2∼3주 정도 뒤에 수술받을 것"이라며 "이정후의 나이, 예전에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았던 이력, 여러 의료진의 소견 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수술받고 재활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도 담담하게 수술 받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수술 받을 것을 직감했다며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는 과정은 이런 운명을 순조롭게 받아들이기 위한 운명이라고 소개했다.

이정후는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사랑하는 야구를 다시 하기 위해 수술과 재활을 잘 견디겠다"며 "MLB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년부터 다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자 열심히 재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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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앞으론 이번 수술을 초래한 '위험한 수비' 만큼은 자제할 생각임을 알렸다.

이정후는 "언제나 100%로 뛰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배처럼 나도 모든 플레이를 100%로 한다"며 "앞으로도 그라운드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부상을 당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더 안전한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류현진 집도의'로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스포츠 분야 수술 전문 의사다. 그는 류현진의 어깨, 팔꿈치 수술을 집도한 이로 유명하다. MLB는 물론 다른 종목의 전 세계 스포츠 스타 다수가 어깨 등을 다치면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와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수술을 맡긴다. 지난해엔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그에게 수술을 받았다.

이정후의 충격적인 시즌 아웃 소식은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후는 이날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1회초 외야 수비 중 부상을 당하면서 한 타석도 소화하지 못한 채 교체됐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당시 신시내티전 종료 후 미국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어깨 상태에 대해 "좋지 않다(Not Great). 일단 내일(5월 14일) MRI 검진을 해봐야겠지만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라며 심상치 않은 기류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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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이날 샌프란시스코가 0-0으로 팽팽히 맞선 1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신시내티 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쫓아가 공을 잡으려고 점프했다. 하지만 포구하지 못한 채 펜스에 강하게 부딪힌 뒤 쓰러졌다.

이정후는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더는 게임을 뛸 수 없었고 샌프란시스코도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이정후는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샌프란시스코 구단 스석 트레이너 데이브 그로슈너에게 부축을 받을 때 왼팔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어깨를 '분리된(separated)'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구단 관계자가 '탈구된(dislocated)' 어깨라고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단순 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였고 이런 걱정은 5일 만에 수술 결정으로 실제 상황이 됐다.

이정후는 KBO리그 키움에서 뛸 때도 왼쪽 어깨 부상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2년차였던 2018시즌 6월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주루 중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부상을 입으면서 1개월 동안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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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이정후는 2018시즌 11월 포스트시즌 기간 또 한 번 왼쪽 어깨 부상으로 신음했다.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외야 수비 중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왼쪽 어깨를 다친 것이다.

결국 2018년 11월 7일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봉합수술을 받았다. 당시엔 원래 예정됐던 재활 기간인 6개월보다 빠른 4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괴력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이정후를 아끼는 팬들은 당시처럼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다만 한 번 다쳤던 곳이어서 걱정이 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입성 한 달 반 동안 불꽃 같은 활약을 펼친 이정후는 벌써 그리워하는 분위기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는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하고, 우리 팀에서 뛰는 걸 좋아하는 선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한 선수가 됐다"며 "이정후가 없다는 것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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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디 사장도 "이정후는 점점 MLB에 적응하고 있었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도 보였다"며 "이정후의 이탈이 정말 아쉽다. 우리는 이정후가 완벽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2025년에 이정후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후도 "미래만 생각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 올해 MLB 37경기에서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 0.641를 올렸다. 특히 지난 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부터 6경기 연속 안타로 상승세를 탔다. 5월 성적만 놓고 보면 37타수 10안타 타율 0.270 1타점으로 준수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서 불의의 부상이 그에게 다가왔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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