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의결권 가처분 심문
날 선 공방 이어가면 서로 반박
재판부, 31일 임시 주총 전 결정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는 모회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법정에서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맞받아치며 감정싸움까지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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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민 대표 측은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참석, 각자의 입장을 충실하게 설명하며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갔다.
변론은 민 대표 측 법률대리인부터 시작했다. 민 대표 측은 의결권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해 “민 대표 해임은 본인뿐 아니라 뉴진스, 어도어, 하이브에까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것이어서 가처분 신청 인용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주간계약상 하이브는 민 대표가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 주총에서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 측이 주장한 해임 사유를 보면 어도어의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하이브의 중대 이익을 침해할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이브 측의 입장은 다르다. 하이브 측 대리인은 “민법 제689조, 상법 제385조에 따라 채무자를 해임할 수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주주권의 핵심인 의결권 행사를 가처분으로 사전 억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임무 위배 행위와 위법 행위를 자행한 민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라며 “가처분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주주간계약은 어도어에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히거나 배임·횡령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경우 등에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해임 사유가 존재하는 한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할 계약상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서 양측은 그간 엇갈렸던 주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반박을 이어가며 내밀하게 감춰져 있던 이야기까지 들춰내며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약속을 어기고 르세라핌을 첫 걸그룹으로 선발, 뉴진스는 성공적인 데뷔 후에도 차별적 대우를 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뉴진스의 성공은 “멤버 노력뿐 아니라 민 대표의 탁월한 프로듀스 감각, 멤버들과 깊은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민 대표는 뉴진스의 데뷔 순서는 상관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레이블의 첫 팀으로 뉴진스를 가져가고 싶다고 요구”했으며 “무속인 코칭을 받아 ‘방시혁 걸그룹이 다 망하고 우리는 주인공처럼 마지막에 등장하자’며 뉴진스의 데뷔 시기를 정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 측은 이러한 하이브의 주장에 “설마 무속경영까지 내세우며 결격사유를 주장할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어도어 설립 전 사용한 노트북을 포렌식해서 확보한 지인과의 대화 내용을 통해 비난한 것은 심각한 개인 비밀 침해”라고 즉각 반박했다 .
민 대표가 제기해온 하이브 산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의 아일릿의 ‘카피’ 논란에 대해서도 다시 맞붙었다. 민 대표 측은 “법적 표절 여부는 별론으로 봐도 지나치게 유사한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전문가들도 이를 지적한다”고 했다. 하지만 하이브 측은 “프로모션 방식은 표절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아류’, ‘카피’ 같은 자극적인 말로 깎아내리다가 슬쩍 발을 빼며 의미가 불명확한 ‘톤 앤드 매너가 비슷하다’며 후퇴한다”고 반박했다.
하이브의 입장은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영원히 장악하려는 부당한 목적으로 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특히 하이브는 “민 대표는 내가 아니면 뉴진스가 데뷔를 못할 상황이었는데 안타까워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고 말하지만, 뉴진스 멤버들을 아티스트로 대우하는게 힘들고 참고 뒷바라지 하는 것이 끔찍하다”며 “민 대표는 뉴진스가 수동적 역할에만 머무르길 원하며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모녀 관계’로 미화하고 있다. 민 대표의 관심은 자신이 출산한 것과 같은 뉴진스 그 자체가 아니라 뉴진스가 벌어오는 돈”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그간의 침묵을 깨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방 의장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창작해야 한다. 개인의 꿈에 그치지 않는다. K-팝이 연속 가능하게 하려면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이게 K-팝이 쉼 없이 성장한 동력이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행동으로 멀티 레이블 단점이 드러났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악의를 막을 수 없다. 인간의 악의가 오랫동안 만든 시스템을 막을 순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 사건을 좋은 창작 환경과 K-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절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산업의 신념을 지니고 있다. 즐거움을 전달하려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심려를 끼친 점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날선 비난과 감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양측은 오는 31일 어도어의 임시주총을 통해 다시 한 번 분기점을 맞는다. 주총의 안건은 ‘이사진 해임 및 신규선임안’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주총에선 민 대표의 해임이 확실시된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을 80%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31일 주총 전까지 결정이 나야 할 것”이라며 “양측은 24일까지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면 그 내용을 보고 31일 전에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며 밝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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