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방문객이 기념 ‘팻말’ 설치 추정…1년째 방치
안내문에도 ‘군사반란’ 등 과오 축소, 공로 미화
합천군, 취재 나서자 “철거 예정”
경남 합천군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생가 마당에 그를 ‘위기를 극복한 영웅적 대통령’이라고 기리는 팻말이 설치돼 있다. 지난 14일 촬영했다. 강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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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신 영웅적인 전두환 대통령 존경합시다.”
지난 14일 찾은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마을에 있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생가 마당에 설치된 팻말 2개에 쓰인 문구다.
합천군에 팻말 설치 경위와 문구 작성자 등을 확인했다. 전씨 생가는 1983년 합천군이 조성했다. 631㎡ 부지에 안채와 헛간, 곳간, 대문을 갖춘 초가를 복원했다. 군은 매년 1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생가를 관리한다. 합천군은 경향신문 취재 이후 “팻말은 신원미상 방문객이 설치한 것으로 파악되며 관리부서에서 철거할 예정”이라고 했다.
팻말 옆으로 높이 1m 남짓의 측백나무가 자랐다. 팻말은 나무 심은 것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보인다. ‘2023. 3. 15’. 팻말에 적힌 식수 일자다. 군 공공시설물인 전씨 생가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고 그를 미화하는 내용의 팻말을 설치했는데도 합천군은 1년 넘도록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전두환 우상화’의 씨앗이 묵인과 방치 속에 자란 것이다.
생가 앞 한글과 영어로 쓰인 안내판도 과장, 미화의 내용으로 채웠다. 1968년 수도경비사령부 대대장이었던 전씨가 “1·21사태 때 사전 치밀한 대비로 북한특공대를 격퇴하는 공로를 세웠다”거나 “육사 동기 중 가장 먼저 장군으로 진급했다” “사단장 시절 북한 제3땅굴을 발견했다”는 식이다.
14일 찾은 경남 합천군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생가 마당은 잔디 정리 등이 잘 돼 있었다. 합천군은 매년 1000만원을 들여 생가를 관리한다. 강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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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과 역사적 평가로 명확하게 규정된 12·12군사반란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안내판엔 “박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하자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게 됐는데, 그 수사 과정에서 12·12사태가 빚어졌다”고 적었다. ‘군사반란’은 없애고, ‘수사 과정’을 부각하며 설명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을 통해 권력을 잡은 전씨는 재임 기간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시민을 탄압했다. 장기집권을 꿈꿨던 전씨는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시민 저항으로 1988년 2월 퇴임했다. 합천군 안내판에선 “전 대통령은 취임 때의 단임 실천 약속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대통령이 됐다”고 미화한다.
전씨는 이후 1995년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기소됐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살인, 뇌물 등 9개에 달했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97년 12월22일에 사면·복권됐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합천이 전씨가 태어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설명은 터무니없고 잘못을 교묘히 축소했다”면서 “‘친일파 단죄비’처럼 헌정질서를 파괴한 범죄 행위도 나란히 기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 사망한 전씨는 1931년 1월 황강이 흐르는 이곳 마을에서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고 한다. 황강은 경남 거창에서 발원해 합천을 거쳐 낙동강과 합류한다. 전씨 어린 시절 가족이 모두 대구로 이사해 실제 거주 기간은 3년 정도라고 한다.
☞ [단독]그들 평범한 가족, 5·18 그 해 계엄군을 법정에 세웠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5160600031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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