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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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은 웹툰 팬에겐 전설적인 작품이다. 글로벌 누적조회수가 3억 뷰를 넘는 이 웹툰은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끄집어낸 스릴러 장르다.
17일 공개되는 한재림 감독의 첫 드라마 시리즈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THE 8 SHOW)’는 두 작품을 교묘하게 섞었다. ‘머니게임’의 물가 100배를 적용한 룰과 ‘파이게임’의 시간을 늘리면서 돈을 버는 설정을 슬기롭게 담아냈다. 방안에선 머니게임, 공용 공간에선 파이게임이 흘러간다.
인생 막바지에 몰린 8명이 의문의 공간에 모여 주최측이 심어놓은 룰과 설정에 따라 생존해 가는 이야기다. 단순히 웹툰 실사화를 넘어 익숙하면서 색다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영화 ‘연애의 목적’(2005),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 ‘더 킹’(2017), ‘비상선언’(2022)으로 오기까지 깊이 있게 인간의 욕망을 다룬 한재림 감독의 장기가 진화했다.
‘더 에이트 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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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이트 쇼’는 드라마 시리즈지만 메타포를 읽어내는 재미가 상당하다. 계단으로 계급을 그려낸 대목이나 ‘진짜 같은 가짜’로 만든 각종 굿즈, 무성영화 이미지로 시작해 게임 공간에서 화면이 넓어지는 비율 등 곳곳에 감독의 의도가 담겼다.
우연히 고른 번호가 권력의 핵심이 되는 지점이나, 서로 합심해서 잘 살아갈 수도 있는 환경임에도 굳이 서열을 나누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는 과정, 계급의 전복,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더욱 심하게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는 모습은 사회 축소판 같은 인상을 안긴다. 마치 계급 투쟁을 다룬 우화처럼 다가온다.
사회의 이면을 그리지만, 그 과정이 심각하고 진지하지만은 않다. 적재적소에 고급 유머를 삽입해 오락적인 요소도 다수 갖췄다. 또 회차마다 문을 여닫는 인물이 다르다. 지난 10일 열린 ‘더 에이트 쇼’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앉은 순서대로 이야기가 흐르는 등 여러 면에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는 빈틈이 없다. 문을 여는 3층 역의 류준열을 시작으로 섹시한 이미지에 처음 도전한 8층 역의 천우희, 엘리트지만 기회주의자의 면모가 있는 7층 박정민, 여우처럼 꾀를 부리는 4층 이열음, 폭력적이고 무식한 면모를 띠는 6층 박해준, 강인한 여전사 2층 이주영, 평화를 중시하는 순진녀 5층 문정희, 모든 것이 짠하고 슬픈 1층 배성우까지, 모든 배우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냈다.
‘더 에이트 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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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초반부를 장식한 류준열은 기존의 멋진 이미지를 지우고 짠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강인한 눈매 대신 어리숙하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습이 찰떡이다. 꾸준한 연기력을 보여온 류준열이 다시금 자기 힘을 드러냈다. 천우희 역시 의상은 물론 행동 면면이 도발적이고, 다소 악랄하기도 했다. 그간 선하거나 미스터리한 역할을 맡은 천우희와는 대조되는 포인트다.
극 중 끊임없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여우짓을 하는 이열음도 기대 이상으로 준수한 연기를 펼치며, 박정민은 깊이감 있는 연기로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주로 강인한 역할을 그려온 문정희는 온화한 얼굴로 나타나며, 이주영과 박해준의 액션은 자극적이다. 음주운전 이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온 배성우는 왜 기회를 받았는지 연기로 증명했다. 시청자에겐 불편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기회를 준 제작진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더 에이트 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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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세팅은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킨다. 알록달록한 미장센이나 한 가지 의상으로 통일한 점이 이유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이나 영화적 연출, 슬픈 감정이 최대한 배제되고 냉정한 계급 투쟁을 벌이는 대목 등 여러 면에서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곱씹고 깊게 이해하는 시청자들에게 더 맛있게 다가갈 전망이다.
웹툰을 교묘히 섞었고, 친절한 듯 보이면서도 이리저리 상징을 숨겨 놓은 덕에 이례적으로 웹툰 팬들이 더 만족할 작품으로 예상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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