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中전기차 관세 4배 인상 ‘초강수’
완성차·반도체업계 “유불리 지켜봐야”
배터리·태양광은 반사이익, 철강은 저가공세 우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장기적으로 부작용”
지난달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 참가한 BYD 부스의 모습 [헤럴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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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재근·김지윤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반도체·철강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등 주요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갈등이 전기차 분야로 확산하면서 단기적으로 한국의 배터리와 태양광 등 일부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G2(미국·중국)를 비롯한 주요 국가 간 무역장벽이 두터워지는 만큼 그로 인한 불똥이 우리 기업들에게 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하고, 철강·알루미늄 및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관세는 25%로 올리기로 하는 조치에 서명했다. 반도체와 태양전지의 관세 역시 50%로 대폭 인상한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및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이번 관세 인상의 이유다.
백악관 측은 “상당한 과잉 생산 리스크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보조금과 비(非)시장적 관행 속에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70% 증가해 다른 곳에서의 생산적 투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율은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대중(對中) 무역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우리 정부와 완성차·배터리 등 관련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이번 조치와 관련 “당장 반사이익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전기차의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코트라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1% 내외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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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아닌 만큼 큰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대중 관세 인상 조치에 따른) 유불리 여부를 단정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 역시 당장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주력하는 수출품은 중국의 구형 제품과 달리 최첨단 반도체다.
반면 배터리 빅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업계는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이 가능할 전망이다. 3사는 현재 중국산 전기차 기업들에 배터리를 납품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한국·미국·유럽 전기차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정책인 만큼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다만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점유율이 아직 낮지만,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더욱 낮은 가격 정책을 펼친다면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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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업계와 철강업계의 희비는 엇갈린다. 태양광 제품의 경우 그동안 원가 이하의 중국산 물량이 미국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이로 인해 고전을 한 바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저렴한 중국산 유입으로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번 조치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으로 향하던 저가 물량이 아시아로 유입되면 가격 하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철강시장도 값싼 중국산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전년 대비 29.2% 증가한 873만t에 달한다.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한국산 제품 수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완성차뿐만 아니라 중국산 부품으로 관세 조치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언제든지 관세 인상 대상과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 정보 유출에 따른 국가안보 우려가 제기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관련 규정을 올해 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이번 규제 범위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자동차업계는 커넥티드 차량 공급망 조사의 넓은 범위, 잠재적 규제 대상의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 시행 시기 등이 모두 업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 측에 제출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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