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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Why&Next]미·중 2차 관세전쟁 포문…'中 밀어내기'로 도미노 관세 인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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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中 전기차 등에 관세 폭탄

美, 中 수입액 4% 그쳐…핵심광물 관세 유예

中, 美 수출 막힌 공급과잉품목 밀어내기 하나

EU 대중 관세 인상 동참·인플레 자극 우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산 전기차, 반도체 등에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은 2차 무역전쟁의 포문이 열렸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관세 인상이 향후 미국 시장에 진입할 전략 산업을 선제적·제한적으로 겨냥했고, 적용 대상이 되는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규모 역시 적어 대선을 앞둔 상징적인 조치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공급과잉 품목이 유럽연합(EU) 등 다른 지역으로 향할 경우 글로벌 각국이 경쟁적으로 대중 관세 장벽을 쌓으면서 글로벌 교역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美 관세 인상, 전체 중국산 수입액 4% 그쳐…핵심광물 관세 도입은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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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무역대표부(USTR)에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관세 인상을 지시했다. 주요 품목별로 중국산 전기차(25%→100%), 철강·알루미늄(0~7.5%→25%), 반도체(25%→50%),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7.5%→25%), 태양광 전지(25%→50%) 등에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쳐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백악관 연설에서 "중국은 경쟁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중 관세 인상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 대중 관세 인상 조치로 영향을 받는 중국산 수입품은 지난해 기준 180억달러 규모다. 이는 미국의 전체 중국산 수입액(4270억달러)의 4.2% 수준에 그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2018~2019년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25% 관세를 부과했던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작은 규모다. 당장 미국이 관세를 4배 상향한 중국산 전기차만 봐도 미국 전체 전기차 수입(하이브리드 포함)의 2%에 그친다. 결국 현재 중국 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 위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자국 산업을 보호해 유권자들의 표를 얻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대선을 앞두고 상징적인 움직임이란 해석이다.

백악관은 또 미국 산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인상과 관련한 유예기간을 뒀다. 전기차는 당장 2024년부터 관세를 100%로 인상하기로 했지만, 중국이 공급망을 틀어쥔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소재에 대한 관세 도입 및 상향은 2026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천연흑연·영구자석(0%→25%), 리튬이온 비(非)전기차 배터리(7.5%→25%) 관세 상향 모두 2026년부터 시행된다. 천연흑연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천연흑연 보유량은 1% 미만에 그친다. 최근 미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과 관련해 중국산 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2년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도 대중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스린 바스카란 선임 연구원은 "흑연 부문에서 중국이 수십 년 동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바이든 행정부가 구조적인 소싱 한계를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美 수출 막힌 공급과잉 품목 밀어내기 변수…글로벌 교역 악화·인플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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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에 즉각 반발하면서 시장은 베이징의 대응 수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 조치에 "이성을 잃었다"며 "한동안 미국은 중국에 자주 일방적 제재를 가하며 (무역법) 301조 관세를 남용했는데 중국의 정상적 경제·무역·과학·기술 활동을 미친 듯이 탄압하는 것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와 같은 중국의 맞불 관세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의 전면적인 보복 조치나 양국 간 갈등 확산으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위원인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현재 중국 산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 데다, 적용 범위도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중국 경제가 어렵고 외국인 투자자 유출이 심각해 전면적인 보복보다는 명분상 대응에 나서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변수는 이번 조치로 중국이 대미 수출이 막힌 공급과잉 품목을 EU나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로 헐값에 '밀어내기' 함으로써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 전 본부장은 "중국이 공급과잉 품목을 다른 지역으로 밀어낼 경우 산업 피해가 다른 국가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며 "EU 등 다른 지역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 구제 조치가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한국도 무역 구제 조치를 검토하는 등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현재 10% 수준에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EU 역시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을 서두를 공산이 크다. 미국도 중국이 멕시코, 베트남 등 우회로를 통해 대미 수출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중국이 멕시코 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우려 사안"이라며 "USTR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든 도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인상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보후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교역 환경 악화가 글로벌 공급망 교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CSIS의 조셉 마이쿠트 디렉터는 "전기차 가격,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저장 장치 등의 비용이 급격히 하락한 건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새 관세 조치는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스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의 조지 캘훈 디렉터는 "기계적인 측면에서 수입품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고, 소비자들이 수입품을 구매한다면 비용은 상승하게 돼 있다"며 "정부는 인플레이션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이번 조치로 잠재적인 물가 상승의 영향은 확실히 있다. 인플레이션의 실질적인 진전을 보여주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과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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