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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바이든, 트럼프보다 세게 때렸다…대중국 ‘관세 전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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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주민 문화유산의 달’ 환영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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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4배 높여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중 관세 인상 방안을 밝혔다. 고관세 적용 대상엔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태양전지, 반도체 등 첨단 공급망 관련 품목은 물론 의료용품과 크레인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분야가 포함됐다. 전기차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강도 높은 대중 관세 압박 정책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13일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은 강제 기술 이전, 지식재산 절취 등 불공정한 관행으로 전 세계 핵심 물품의 70~80%, 심지어 90%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180억 달러(약 24조7000억원)의 관세를 인상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중국 불공정 관행, 경제 위협”

대표적인 분야는 전기차로,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당장 기존 25%였던 관세가 100%로 4배 오른다. 백악관은 “중국의 광범위한 보조금 등 비시장적 관행이 정상적·생산적 투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100%의 관세로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의 핵심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관세도 현행 7.5%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CLAT와 BYD가 나란히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 기업 6곳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외엔 한국 기업 3곳과 일본 기업 1곳이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 완성품은 물론 배터리 부품의 관세도 7.5%에서 25%로 올리고,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던 흑연 등 배터리 재료 광물에 대해서도 2026년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중국이 시장의 80~90% 가까이 점유한 태양전지에 대한 관세율도 25%에서 50%로 2배 인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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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프란츠 리스트 국제공항에서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나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배웅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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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또 현행 0~7.5%인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올해 25%로 인상하고, 내년부터 중국산 반도체의 관세율도 현행 25%에서 50%로 올리기로 했다. 주사기와 바늘을 비롯한 의료용품과 마스크, 수술용 장갑 등에 대한 관세도 25~50%까지 인상된다. 미국 정부가 해킹과 정보 유출을 위한 일종의 ‘트로이 목마’로 지목했던 중국산 크레인도 기존 무관세 품목에서 25% 고관세 대상으로 변경된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등에 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정부와 관련 업계는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론 저가 제품의 덤핑을 앞세운 중국의 불공정 교역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이전보다 더 공정한 무역 환경이 조성돼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고, 중국의 ‘보복 대응’ 가능성이 예상돼 글로벌 교역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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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이와 관련,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근본적 개혁 대신 사이버 침입, 사이버 절도 등으로 외국 기술을 획득하고 흡수하려는 시도를 계속했으며 이는 미국 사업에 추가적 부담을 야기했다”며 대중 수퍼 관세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USTR의 최종안을 확인해야겠지만, 동맹국과의 협업을 내세운 대중 관세 인상은 전기차, 태양광 시설 등 중국 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은 사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다른 경로로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철강 등 일부는 실효성보다 선거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업계 “한국 기업에게는 호재”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 논리에 따르면 미국의 보조금 지급은 중요한 산업 투자고, 다른 나라의 보조금 지급은 불공정 경쟁을 우려하게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에 수출하는 경쟁력 있는 제품은 자유무역이고, 다른 나라가 세계에 수출하는 경쟁력 있는 제품은 ‘과잉생산’”이라고 꼬집었다.

왕 대변인은 ‘내로남불’이라는 뜻의 ‘관리는 방화도 할 수 있지만, 백성은 등불을 켜서도 안 된다(只許州官放火 不許百姓點燈)’는 중국 속담을 거론하며 “미국이 과잉생산 능력을 명분으로 다른 나라의 첨단 산업을 억압하고 공정한 경쟁을 핑계로 보호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시장 경쟁 원칙과 국제 경제 및 무역 규칙을 유린하는 노골적인 횡포”라고 반발했다.

워싱턴·베이징=강태화·신경진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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