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 격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4배로 올릴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최근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로 인상하겠다는 지시를 내린 데 이은 조치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더욱 열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4배로 인상할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자동차에는 2.5%의 세금이 붙지만, 이와는 별도로 책정되는 금액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 |
그간 중국산 전기차는 저가 물량 공세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침투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전기차 업계가 매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속해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했고, 최근에는 중국에서 팔리는 신차의 절반이 신에너지차일 정도”라고 전했다. 이처럼 성장세가 심상치 않자 미국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분석이다.
WSJ는 “미국은 기존의 25% 관세로 저가 전기차 시장 진출을 막아왔지만, 정부와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우려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추가 관세는 중국산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WSJ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르면 오는 14일 전기차를 포함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보완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00억 달러(약 411조7500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이후 4년간 이를 면밀히 검토해왔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 대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핵심 광물·태양광 전지·배터리 등 미국 정부의 핵심 전략 부문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와 더불어 그간 ‘가성비’ 중국산 제품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던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중국의 물량 공세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관측이다. 미국 내 신재생 에너지 관련 업체들은 중국 기업들이 저가로 밀어붙이는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을 우회해 관세를 피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7.5%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아울러 USTR은 중국의 조선·해운 업계를 겨냥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쟁적으로 중국 압박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고율 관세로 중국과 무역 전쟁을 촉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관세 일률 적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중국 견제 방침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편, 중국 정부 역시 지난달 자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나라에 똑같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관세법을 개정한 바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