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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실패한 항암제, 韓 여성 비흡연 폐암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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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다중오믹스 분석 통해 실패한 항암제의 효과 발견

증가 추세인 한국 여성 비흡연 폐암 환자의 치료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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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폐암 유전단백체 분석 연구의 개요> (왼쪽) 본 연구에서 분석한 한국인 비흡연폐암 환자들의 성별 분포. 여성이 대부분이었음. (중간) 비흡연폐암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 스크리닝 결과 15퍼센트의 환자 폐조직에서 미확인 돌연변이 발견. 최종적으로 101례의 조직에서 유전단백체 분석을 수행하였음. (오른쪽) 다중오믹스 분석법을 통해 한국인 비흡연폐암의 분자적 특징을 분석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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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은 12일 화학생명융합연구센터 이철주 박사팀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김선영 박사팀, 국립암센터의 한지연 박사팀과 한국인 비흡연 여성의 폐암이 특이적인 에스트로겐 신호전달 체계 과발현 현상에 의함을 규명하고, 항암제 사라카티닙(saracatinib)을 표적 치료 물질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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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주 KIST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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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영 KIST 박사후연구원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사라카티닙은 암 치료제로 개발되던 중 효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항암제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이후 알츠하이머병과 폐섬유증 치료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있는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KIST 연구진에 의해 이 약이 한국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확인됐다.

향후 동물실험, 임상 등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인 약물이 한국인 비흡연 여성의 폐암 치료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발견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그동안 비흡연 폐암 환자의 70%는 치료를 위한 특이적 목표가 알려졌지만 나머지 30%의 환자는 치료타겟이 알려진 것이 없어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기 힘들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지난 10여년간 국립암센터에 내원한 비흡연 폐암 환자 1597명의 생체검사 시료를 유전자 분석해 치료 표적이 발견되지 않는 비흡연 폐암 환자 101명의 폐암 조직을 확보했다. 연구팀을 이를 정밀하게 분석해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치료 표적을 찾아냈다.

이번 연구에는 다중오믹스라는 기술이 활용됐다. 다중오믹스는 유전체, 단백체 등 다양한 분자 정보를 통합해 총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수십 마이크로그램(μg, 100만분의 1그램) 수준의 미량 단백질을 최대한 손실 없이 분석해야 하는 고난도 분석법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와 함께 비흡연 폐암 환자 중 에스트로겐 신호전달경로에 특이적 발현을 보이는 환자의 감별진단이 가능한 분자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비흡연 폐암 동물모델에 대한 사라카티닙의 치료 효과 분석을 위해 국립암센터와 전임상 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KIST 이철주 박사는 “다중오믹스 분석으로 난치암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한 성공적 사례”라며, “순수 국내연구를 기반으로 병원과 연구기관이 공동연구를 통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질병에 대한 다중오믹스 연구의 확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Cancer Research' (IF 11.2, JCR 분야 10.6%)」 최신 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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