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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공존하길 원했던 유인원의 리더 ‘시저’가 죽은 지 수 세대가 지났다. 유인원들은 지배적인 종족이 되어 인간의 언어를 구사한다. 인간은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전락했다. 오아시스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새로운 시대가 포악한 독재자로 인해 점점 변질된다. 시저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프록시무스(케빈 두런드)는 완전한 군림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며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른다. ‘인간과의 공존’을 중시하던 시저의 신념을 어기고 다른 종족과 퇴화한 인간들을 노예로 삼는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혹성탈출’ 시리즈의 네 번째 리부트 영화다. ‘진화의 시작’(2011), ‘반격의 서막’(2014), ‘종의 전쟁’(2017) 3부작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새로운 시대’는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설정이다. 웨스 볼 감독은 “시저가 전설이 되어버린 시대를 배경으로 바깥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고 순진한 유인원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볼 감독은 “지난 3편의 영화가 석기 시대의 유인원이었다면 4편에서 유인원은 청동기 시대에 접어들었다. 다양한 부족 내에서 문화가 발전하는 것을 보기 시작했고 인류가 떠난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인류의 부재로 인해 침식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인공인 노아(오웬 티그)는 애완 독수리를 키우고 싶은 유인원들이 둥지에서 알을 훔칠 때도 종족의 번식을 위해 알 하나는 반드시 남겨두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그런 노아가 처음 발견한 독수리 알들을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다른 알을 확보하기 위해 험한 산을 오르는 오프닝 시퀀스는 실제로 유인원의 세상이 존재하나 싶을 만큼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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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찰톤 헤스턴이 주연으로 나온 고전 영화 ‘혹성탈출’에서 시작해 유인원을 등장시킨 10번째 영화다. 시각특수효과(VFX)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인간보다 대사가 많은 유인원의 립싱크는 완벽에 가깝고 얼굴에 나타나는 세세한 감정 묘사는 스토리 전개보다 기술력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VFX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에릭 윈퀴스트 감독이 이끄는 웨타 FX팀이 담당했다.
지난 4일 버뱅크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메인 극장에서 간담회를 연 에릭 윈퀴스트 시각특수효과(VFX) 감독은 “모션 캡처팀과 온셋팀으로 구성했다. 모션 캡처 팀은 배우의 연기의 얼굴과 몸을 캡처하는 일을 맡았고, 온셋 팀은 라이더 스캔과 기준 사진 촬영으로 세트와 장소를 캡처하여 디지털 공간에서 조명을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 도입한 첨단 기술 중 하나가 배우의 얼굴을 촬영하는 ‘해드 마운트형 페이셜 카메라’이다. 배우가 머리에 쓴 헬멧에 장착된 두 대의 얼굴 카메라가 얼굴의 입체적 모형을 재구성하고 배우 얼굴에 101개의 점을 찍어 3D 데이터로 변환, 연기의 모든 순간을 더욱 미묘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윈퀴스트 감독은 “얼굴 캡처 없이는 퍼포먼스 캡처라고 할 수 없다”며 “2022년 1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로케이션 촬영이 이루어졌다. 퍼포먼스 캡처를 야외촬영에 적용했고 디지털 캐릭터인 독수리를 제외하고는 로케이션 촬영과 퍼포먼스 캡처를 통한 사실적인 CGI 캐릭터 구현”이라고 자부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주제는 지난 리부트 3편(일명 시저 3부작)과 유사하다. ‘투게더’, 즉 조화로운 공존이고 인간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젊은 유인원 ‘노아’가 우연히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와 ‘시저’의 가르침을 듣게 되고 의문의 한 인간 소녀 노바와 함께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면서 모두 함께 생존 혹은 실패하는 상황에서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볼 감독의 의도대로 이 영화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이 환상적인 세계의 렌즈를 통해 인간으로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유인원과 인간의 공존이 영화 제작과 딥페이크(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의 공존으로 탄생했다는 아이러니로 남는다.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문화부 sedailycultu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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