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1000만원 지급 판결
법무부 ‘인권 침해’ 사과 없어
피해자 출국, 법원 출석 못해
1심 법원이 외국인보호소에서의 가혹행위를 이유로 난민신청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9일 모로코 출신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10월 난민신청을 위해 국내에 입국한 A씨는 체류자격 연장 기한을 놓쳐 2021년 3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중 ‘새우꺾기’를 수차례 당했다. A씨가 3개월간 12차례 이상 독방에 구금한 데 대해 항의하자 두 팔과 다리가 등 뒤로 묶여 결박된 상태로 장기간 방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목수갑, 케이블타이, 박스테이프 등 법령상 사람에게 사용할 수 없는 장비들이 사용됐다.
이 사건은 인권단체들이 A씨가 사지가 결박된 채 격리된 모습이 담긴 보호소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하면서 알려졌고 비판 여론이 일었다.
당시 법무부는 “보호장비 사용은 (A씨의) 자해방지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이 인권침해라고 인정하고 법무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법무부도 같은 해 11월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했지만 A씨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진 않았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오히려 A씨가 보호소 직원을 폭행하고 물건을 파손하는 등 손해를 끼쳤다며 A씨를 두 차례 형사고발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를 결성, A씨를 대리해 2022년 12월 법무부를 상대로 4000만원 규모의 국가배상 소송에 나섰다.
A씨를 대리한 김지림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오늘 법원의 판결은 국가폭력이 명백한 위법이었고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시적으로 말해준 중요한 판결”이라며 “법무부는 항소하지 말고 외국인보호소에서 인권침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개선에 힘써달라”고 했다.
A씨는 2022년 2월 보호소에서 풀려났다. 그 후 ‘한국에 도저히 있을 수 없다’며 제3국으로 출국해 이날 선고를 들으러 법원에 오지는 못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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