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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신드롬으로 거듭나는 ‘태하드라마’ 비결…박태하호의 철저한 분석과 전술 유연성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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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태하 감독.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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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프로축구 K리그1에 ‘태하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 박태하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 스틸러스가 시즌 개막 전 예상을 깨고 10연속경기 무패(7승3무) 가도로 선두를 질주하면서다.

K리그1 1라운드 로빈이 끝난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팀은 단연 포항이다. 지난해 리그 2위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포항은 이번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와 마주했다. 제카(산둥 타이산), 고영준(파르티잔), 김승대(대전) 등 핵심 구실을 한 선수가 모두 팀을 떠났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전 포지션에서 주력 선수가 차례로 이적했다. 또 5년간 장기 집권하며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기동 감독이 FC서울 지휘봉을 잡았다.

또다른 ‘원클럽맨 출신’ 박태하 감독이 후임 사령탑에 선임됐지만 과도기는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포항은 지난 2월 전북과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밀렸고, 삼일절(3월1일)에 열린 울산과 K리그1 개막 라운드에서도 0-1로 졌다. 초반 공식전 3연속경기 무승(1무2패)을 기록하며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아픔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리그 10경기에서 7승3무로 훨훨 날았다. 1라운드 로빈을 1위(승점 24)로 마쳤다. 2위에 매겨진 ‘디펜딩 챔프’ 울산(승점 23)보다 한 경기를 더 치렀지만, 포항이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팬은 대하드라마처럼 재미있다는 의미에서 박 감독의 이름을 따 ‘태하드라마’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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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가대표팀과 FC서울에서 수석코치를 지낸 박 감독은 2015년 옌볜FC(중국)에서 첫 감독 커리어를 쌓았다. 당시 갑급 리그(2부) 소속이던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슈퍼리그(1부)로 승격시킨 적이 있다. 2018년 말까지 옌볜 사령탑직을 지냈고, 이후 중국 19세 이하(U-19) 여자대표팀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직을 맡아 행정가로 변신했다.

축구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이므로 지도자 공백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따랐다. 하지만 박 감독은 기술위원장 시절 K리그 현장을 누비면서 각 팀이 지향하는 전술 색채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그는 기술위원장 시절 프로축구연맹에서 활약한 분석관과 함께 포항으로 왔다. 이 분석관은 2000년생에 불과하나, 축구 분석에 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유튜브 분석 프로그램인 ‘전술후술’을 도맡은 적이 있는데, 리그 관계자 사이에서 ‘천재’ 소리를 들었다. 박 감독은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분석 업무를 맡겼다. 실제 경기에 그의 아이디어를 입혀 효력을 보고 있다.

‘태하드라마’의 또다른 비결은 유연성. 포항은 기본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지만 공격 대형에서는 비대칭 스리백을 쓴다. 공격 성향이 짙은 ‘주장’이자 풀백 완델손을 높게 올려 공격에 힘을 싣는다. 그는 전방과 미드필드 지역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구실까지 맡는다. 나머지 세 명 수비수가 스리백을 이뤄 빌드업에 관여하는 구조다.

또 ‘투톱’을 변칙적으로 쓰고 있다. 시즌 초반 제공권이 뛰어난 이호재와 조르지가 ‘트윈 타워’를 구축했다면, 지금은 돌파에 능한 조르지를 측면에 두는 등 변칙적으로 사용한다. 측면보다 중앙을 선호하는 공격수 허용준에게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맡기는 것도 변화 중 하나다.

조르지가 포항에서 득점이 없지만 박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르지가 최전방에서 싸워주면서 정재희, 김인성 등 빠른 측면 공격수의 활약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정재희는 선발이든 조커든 제 몫을 해내며 현재까지 7골을 기록, 이동경(김천)과 득점 공동 선두다.

이밖에 수많은 리스크를 극복한 데엔 포항의 효율적인 시스템도 한몫한다. 포항은 선수단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팀이 아니다. 대신 전력 강화 파트와 코치진이 발 빠르게 소통한다. ‘포항에 맞는’ 선수를 이적시장에서 곧잘 데려온다. 연봉도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그만큼 선수단에 발생할 돌출 변수를 최소화하는 셈이다. 이와 맞물려 선수가 한목소리를 내는 포항만의 끈끈한 문화가 더해지며 박태하호 역시 연착륙했다.

복수 K리그 관계자는 “포항은 이전 경기에서 나온 약점을 잘 수정하고 보완해 나온다. 분석에 따른 피드백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축구에 완벽한 전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박 감독은 지도자로, 행정가로 경험치를 최대한 녹이면서 포항 출신답게 팀 문화, 색채에 맞는 선수를 정교하게 활용하며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 ‘태하드라마’는 어느덧 리그 전체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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