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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2경기 연속 멀티 히트로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려 보낸 것은 물론 행운의 내야 안타까지 더해졌다.
이정후는 8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전, 5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콜로라도 선발투수 우완 다코타 허드슨을 상대로 깨끗한 우전 안타를 쳐냈다. 쓰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몰린 143km짜리 싱커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속도가 170.3km로 측정될 정도로 배트 중심에 완벽한 타이밍에 맞았다.
다만 후속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병살타를 치면서 안타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0-0으로 맞선 3회초 또 한 번 선두타자로 나섰다. 허드슨과 9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133km짜리 슬라이더에 타이밍을 뺏기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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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세 번째 타석에서 행운의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샌프란시스코가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1·2루에서 허드슨의 초구 133km짜리 슬라이더에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빗맞은 타구가 힘없이 3루수 쪽으로 굴러갔고 이정후는 1루까지 전력질주,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정후는 이어 에스트라다,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연속 안타 때 2루, 3루를 거쳐 홈 플레이트를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멀티 히트 기록 직후 득점까지 컨디션을 더욱 끌어올렸다.
이정후는 네 번째 타석 병살타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다. 샌프란시스코가 4-0으로 앞선 6회초 1사 1루에서 콜로라도 좌완 타이 블락을 상대로 투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원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142km짜리 싱커를 공략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정후는 다만 이날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 하나를 더 추가했다. 샌프란시스코가 5-0으로 앞선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행운이 이정후에게 향했다. 바뀐 투수 닉 미어스의 초구 156km짜리 직구를 받아쳤고 타구가 1루수 정면으로 가면서 범타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이정후의 빠른 발이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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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스는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왔지만 1루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송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공을 뒤로 흘렸다. 기록원은 실책이 아닌 이정후의 내야 안타로 판단했다.
이정후는 전날 2안타에 이어 2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타격감이 조금씩 정상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한 경기에서 3안타 이상을 기록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두 개의 내야 안타는 행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타율 상승, 팀 승리 등 긍정적인 부가 효과가 컸다. 이정후 본인도 개인적으로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52에서 0.264(140타수 37안타)로 1푼 이상 상승했다. 최근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고 폴대를 살짝 빗나가는 파울 홈런이 나오는 불운에 시달렸지만 이날만큼은 행운이 이정후의 편이었다.
이정후는 2023 시즌 종료 후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554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역대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 금액을 경신하고 화려하게 태평양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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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지난 3월 중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 후 4월까지 28경기에서 타율 0.259(108타수 28안타) 2홈런 7타점 13득점 10볼넷 2도루 OPS 0.665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잭슨 메릴과 함께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신인 타자 중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
높은 몸값 대비 활약상이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이정후는 차분하게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 중이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에도 시즌 초반에는 몸이 빨리 풀리지 않는 슬로 스타터(Slow Starter) 기질이 강했다.
이정후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에서 통산 4월 타율이 0.286(567타수 162안타)을 기록, 커리어 통산 성적과 비교하면 화려함은 덜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7시즌 동안 평균 타율 0.340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는 스타일이다. 여름부터 서서히 타격 페이스가 최상에 가까워지는 유형이다. KBO리그 시절 5월 통산 성적은 161경기 타율 0.358(615타수 220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올해도 메이저리그에서 5월에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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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현재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샌프란시스코 타자 중 팀 내 타율 1위, 최다 안타 1위, 출루율(0.314) 1위를 기록 중이다. 장타가 많지 않았던 탓에 OPS는 0.643으로 낮은 편이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정후가 KBO리그 시절처럼 5월부터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한국은 물론 미국 야구팬들에게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콜로라도를 5-0으로 제압하고 최근 4연패에서 벗어났다. 선발투수 카일 해리슨이 7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콜로라도 타선을 봉쇄했다. 해발 161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가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샌프란시스코는 4연패를 끊어냈다. 시즌 16승 21패로 여전히 5할 승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LA 다저스가 독주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에 와일드카드를 통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분발이 필요하다.
사진=USA 투데이 스포츠/AP/AFP/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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