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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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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영화 주인공으로 칸영화제 초청…쑥스럽지만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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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청년, 동호' 상영…"영화에 빠져 헌신하는 모습 그려"

"한국 영화 새로운 위기…독립·예술영화 관심 갖고 지원해야"

연합뉴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상생과평화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화의 주인공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하게 됐다는 점에서 영광스럽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가는 거라 좀 쑥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영화 청년, 동호'로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장을 받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5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단편 '주리'의 감독 자격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무대에 섰을 때 참 떨렸는데, 그때랑 비슷한 기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총 24차례나 칸영화제에 참석할 정도로 칸과 연이 깊다. 2010년에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김량 감독이 연출한 '영화 청년, 동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한 김 전 집행위원장의 현재를 통해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품으로 올해 칸 클래식 부문에 초청됐다. 그동안에는 '한국 영화 외교관' 역할을 하느라 칸을 누볐다면, 이번엔 영화의 주연으로 레드카펫을 밟게 된 것이다.

칸 클래식은 고전 명작이나 영화사의 중요한 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부문이다. 한국 작품으로는 '죽음의 다섯 손가락'(정창화 감독), '열녀문'·'연산군'(신상옥), '하녀'(김기영) 등 고전 영화가 이 부문을 통해 소개됐지만, 우리 영화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건 '영화 청년, 동호'가 처음이다.

김 전 위원장은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오랫동안 관료 생활을 했던 사람이 영화와 사랑에 빠져서 헌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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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영화 청년, 동호' 속 한 장면
[국제신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대 법대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졸업 후 공직 생활을 시작해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문화부 차관,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영화진흥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1996년에는 국내 최초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탄생을 이끌어 2010년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과 영화제를 통해 친분을 쌓은 프레모 위원장은 '영화 청년, 동호'에 출연해 인터뷰도 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해 이창동, 정지영, 임권택, 신수원 등 한국의 감독들과 배우 박정자, 조인성도 나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영화는 지난해 1월 경기도 광주의 김 전 위원장 자택에 국제신문 측 관계자들이 찾아와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김 전 위원장은 "장사도 안될 텐데 신문사에서 뭐 하러 제 다큐멘터리를 만드시느냐고 반문했었다"면서 "그래도 해보고 싶다고 하기에 '그러면 해보시라'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김량 감독은 김 전 위원장이 자택 서재에서 영화인들을 불러 상영회를 여는 개인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 영화의전당, 부산항, 종합촬영소 등 그의 인생이 담긴 장소를 카메라에 담았다.

김 전 위원장은 '영화 청년, 동호'를 보는 동안 그간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화가나 작가들을 보면 자기 작품에 대해서 항상 만족을 못 하지 않느냐"면서 "저 또한 마냥 흡족하지만은 않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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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영화 청년, 동호' 속 한 장면
[국제신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전 위원장 개인적으로는 올해 칸영화제 참석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만, '영화인 김동호'의 마음은 평소보다 무거운 듯했다. 경쟁 부문 등 굵직한 부문에 한국 영화가 몇 편씩 초청받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와 '영화 청년, 동호' 두 편만이 초청됐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보통 때는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도 가고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또는 감독주간, 비평가주간에도 초청돼서 많을 땐 10편씩 칸에 갔는데 올해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등의 대를 이을 감독들이 아직 안 나온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영화계 상황도 좋지 않아서 제작도 줄고 관객 수도 감소하고 있지요. 한국 영화의 새로운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저예산 독립·예술 영화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많이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리 영화계가 위기라고 해도 좋은 영화에는 관객이 몰린다고 생각합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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