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①]소멸 위기 지자체들 설립에 적극적…관련법 통과는 불투명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솔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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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응을 위해 약 380조원을 투입하는 등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출생아는 약 45만 명에서 약 23만 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2023년 기준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체류 외국인은 250만7584명이다. 전체 인구(5137만 명)의 4.89%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 사회로 본다. 우리나라도 내년에 외국인 인구가 전체의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다문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저출산을 극복할 대안 중 하나로 외국인 이민정책이 떠오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통계청이 4월 11일 발표한 ‘2022년~2042년 내·외국인 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3527만 명에서 2042년 2573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147만 명에서 236만 명으로 늘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민자를 주요 5개국(G5·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평균인 11.9%까지 끌어올리면 매년 65조원, 10년간 650조2000억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가능했다. 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외국인 이민자의 유입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조세재정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이 유입되면 광역자치단체의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입국·이민관리청(이하 이민청) 설립’에 대한 논의는 이 같은 배경으로 시작됐다. 인구 절벽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250만여 명에 대한 총괄적인 정책을 추진할 조직이 없다. 법무부가 이민 및 외국인 정책을 맡고 있지만 외국인 이민정책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는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12개에 달한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탓에 정책 중복과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한다.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예산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민청 설립을 추진할 법안인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출입국 및 체류 관리, 국적, 난민, 외국인 사회통합 그 밖에 출입국 및 이민 관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이민청을 신설한다는 내용과 42개 법률에 적시된 출입국 업무도 법무부 장관에서 이민청장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민청 신설법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핵심 추진 과제였다. 한 전 위원장은 2022년 5월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부터 이민청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한 전 위원장은 장관 신분으로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인구 문제는 추세를 볼 때 위기를 넘어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인구 재앙에 대처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출산율 제고와 이민정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023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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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이민청 신설’ 추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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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청 신설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본격적으로 이민청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2004년엔 법무부가 “출입국 관리 행정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입국관리국을 외청화해 2010년까지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운영 중인 이민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 외국인 유입이 활성화하면 불법체류자 역시 많아져 각종 범죄 발생 등 문제가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무산됐다.
여론을 쉽게 통합할 수 없는 만큼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과의 의견 조율도 쉽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민청 신설보다는 ‘외국인 노동자 처우 문제’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이민청 설립에 반대, ‘이민청 설립법’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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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청 설립에 뛰어든 지자체…‘경제효과 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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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건 일선 지자체들이다.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은 4월 18일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정책을 총괄적으로 추진할 정부 부처가 없다 보니,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건 지자체”라고 말했다. 한건수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장)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 현실이 된 지자체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민청 설립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청 설립법’이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은 밝지 않지만 일선의 지자체들이 미리부터 이민청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우선 2023년 12월 기준 약 66만 명의 전국 최다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는 경기도와 도내 기초지자체 6곳(광명·안산·고양·김포·화성·동두천시)이 이민청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충남·충북도도 이민청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충북도에 따르면 오는 7월 7일까지 ‘이민·관리청 유치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한다. 충남은 4월 15일 천안·아산이 이민청 설립 최적지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1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외국인 이민·유치 조직(외국인공동체과)을 신설한 경상북도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경북은 지방 소멸 위기 극복과 연계해 이민청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이민자 수용성 △국가 균형 발전 △글로벌 이민 사회 선도 △접근 편의성 △이민행정 수요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2023년 12월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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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22대 국회로…“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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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임시국회에서 ‘이민청 설립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전문가들은 21대 국회에서 이민청 설립법이 폐기되더라도,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건수 교수는 “정부조직 내에서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기구가 설립해야 한다는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다”라며 “우리나라 이민정책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총괄적으로 추진하는 부처나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금 발의된 이민청 설립법은 ‘설립’한다는 내용만 담겼지 어떻게 만들 건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라며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자스민 의원은 “지금의 이민청 설립법은 단순히 설립돼야 한다는 내용만 있지 정주 여건 개선 등 중요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정주 여건을 개선해 외국인들이 오래 거주해야 인구 감소나 지역 소멸 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인프라가 좋으면 10년 이상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방치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게 하는 건 사회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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