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값 급등, 도쿄서 휴양지로 확산…"붉은 쓰나미가 온다"
중국 상하이 중심가의 명품 매장을 찾은 여성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중국 부자들이 일본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다.
중국의 부자들이 정치적인 독재 체제와 경기 둔화에 실망해 엑소더스(탈출)하고 있으며 일본의 호화 부동산 시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자국 내 정치와 경제 상황에 불만을 품은 이들 중국인은 비행기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일본의 도시들을 선호한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엔화 약세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저렴한 편이고, 그들에게 부동산 구입도 상당히 쉽다. 일본어는 부분적으로 한자를 쓰는 만큼 상대적으로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중국인 거주자는 지난해 말 약 82만2천명으로 전년보다 6만명 증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고액 자산가 1만3천500명이 당해 해외로 이주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분류상 나라별로는 가장 많다.
정치 독재 체제에 대한 좌절감은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에 고조됐고, 이후 급속히 악화하면서 이주 물결을 불렀다.
경제 침체와 주식 시장 부진도 부유한 사람들이 중국을 떠나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태어나 귀화한 도쿄의 부동산 중개인 오리하라 오사무는 WSJ에 중국 구매자들 영향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수익이 3~4배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달라진 점은 장기 비자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중 한 명으로 고향 중국 선전을 떠나 지난해 도쿄로 이주한 하야시 도모(45)는 약 65만 달러(9억 원)를 들여 해변의 호화로운 주택을 구입했다.
금속 무역상인 하야시가 사는 48층 건물의 주택 소유자 중 약 3분의 1이 중국 이름을 가진 개인이나 중국 법인이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쿄만 부근 주민들은 통상 이들 건물에는 중국인이 4분의 1 이상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도쿄 중심부의 새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해 약 40% 상승해 약 74만 달러(약 10억 원)에 달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부유한 중국 구매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신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 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구매 열기로 홋카이도 스키장 주변 등 휴양지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홋카이도의 한 부동산 업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택지 가격이 28% 상승했다며 "중국 국기를 동반한 붉은 쓰나미가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 비자를 얻은 중국 이주자들은 일단 정착하면 생활상 편의 등을 이유로 일본의 법률적 기록을 포함해 일본 이름을 사용하는 쪽을 선택한다.
물론 타국 이주를 꿈꾸는 중국인 부자들에게 일본이 유일한 출구는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 싱가포르도 중국 이민자를 끌어들이는 국가들이며, 홍콩 거주자들은 종종 영국으로 향한다고 WSJ은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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