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7피안타 2실점...한화, 노시환 역전 만루홈런 앞세워 8대2 승리
이날 류현진은 6이닝동안 7피안타 2실점 2볼넷 1삼진을 기록, 팀이 4-2로 앞선 6회초까지 103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빼어난 투구는 아니었지만 고비마다 상대 타자를 땅볼로 유도해 잡아냈고, 수비진들도 고비마다 호수비를 해내면서 류현진의 KBO 통산 100승에 기여했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9km, 직구 평균 구속은 145km를 기록했다.
타선도 모처럼 시원하게 터졌다. 한화는 0-2로 지고 있던 3회말 SSG 선발 이기순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2사 만루 찬스를 맞았고, 4번 타자 노시환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리면서 단번에 경기를 뒤집었다. 한화 타선은 7회말에도 외인 타자 페라자의 1타점 2루타에 이어 만루 찬스에서 안치홍이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쳐내며 8-2로 승기를 굳혔다. 한화는 7회초부터 불펜이 SSG 타선을 봉쇄하며 8대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대전 한화이글스파크는 류현진의 100승을 보려는 야구 팬들이 모여들면서 1만2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2023시즌 최종전부터 이날까지 홈 경기 연속 16경기 매진을 기록했는데, 이는 KBO 역대 최초다. 개막 이후 한화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의 15경기 홈 경기는 모두 매진됐다. 이날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린 노시환은 경기 후 “앞서 류현진 선배의 100승 도전이 몇 번 실패했는데, 오늘은 만원 관중, 홈 경기에서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기분 좋다”며 “경기 전에 야수들이 도와줘야 100승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다짐하고 경기장에 들어갔고, 수비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몸을 날려서 처리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고 말했다.
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10시즌 간 78승을 달성한 류현진은 올해 KBO 리그에 복귀해 통산 100승을 달성하며 한국 프로야구에도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기게 됐다.
류현진은 경기 후 “감기에 걸린 상태였는데 몸 컨디션은 좋았고, 이런 날 오히려 잘 되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신경은 안쓰고 던졌다”며 “한미통산 200승을 빨리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도중 절묘하게 제구한 공들이 ABS 판정으로 볼 판정이 날 때마다 웃어보였던 류현진은 “(이전 경기들을) 돌이켜보면 그런 부분들을 신경쓰며 볼넷을 내주다보니 어려운 경기를 한 거 같아서 오늘은 최대한 내색 않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이 오늘 노련한 투구로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한 만큼 점점 더 좋은 모습으로 본인의 진가를 드러낼 것으로 믿는다”며 “타선에서는 중심타선이 제 역할을 해 준 경기였다. 노시환의 만루홈런을 비롯해 페라자와 안치홍의 적시타까지 중심타선에서 내줘야 할 점수를 내주며 흐름을 빼앗기지 않아 승리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대기록은 시작부터 창대했다. 한화에 입단한 2006년에 곧바로 KBO 리그 첫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슈퍼 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2006년 4월 12일 LG를 상대로 7과3분의1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데뷔 시즌에 18승을 거뒀는데, 이는 역대 고졸 신인 투수 데뷔 시즌 기준 최다승이다. 이 시즌에 류현진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에도 모두 1위로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 투수 부문 3관왕에 올랐다. KBO리그 최초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했는데, 신인상과 MVP 동시 수상은 지금도 깨지지 않는 전무후무의 기록이다.
이후 2007년 17승, 2008년 14승, 2009년 13승, 2010년 16승을 거두며 당대 KBO리그 최고 선발 투수임을 증명했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11승과 9승을 기록하며 한화가 힘든 시기에도 묵묵히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류현진이 기록한 99승 중 구원승은 단 1승 뿐이다. 이마저도 2009년 9월 23일 은퇴경기를 치렀던 한화 레전드 송진우가 한 타자만 상대하고 류현진에게 마운드를 넘겨 구원승으로 기록된 것. 당시 류현진은 8과3분의1이닝을 던져 승리투수가 됐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100승 기록을 모두 선발승으로 기록한 선수는 없다.
류현진은 KBO 통산 197경기만에 100승을 달성했는데, 이는 김시진(186경기), 선동열(192경기)에 이어 세번째 최소 경기로 달성한 것이다. 한화 소속으로는 1997년 송진우, 1999년 정민철, 2000년 이상군, 한용덕에 이어 다섯번째로 KBO리그 100승을 달성한 투수가 됐다.
[대전=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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