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연간 소비 증가율 지속 하락
식료품 등 비내구재 중심 소비 증가율 둔화
"자산축적 경로 모니터링 대책 강구해야"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실업 경험이 우리나라의 가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소비가 과거 충격을 지속적으로 받는 현상인 '상흔 소비'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30일 '실업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장기효과 분석'이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계소비 증가율이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전 추세를 하회한 후 장기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 이전 20%대였던 한국의 연평균 소비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5%대로 떨어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4%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최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소비 증가율이 줄어드는 흐름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4대부문 구조개혁과 일자리 감소 등 경제적으로 큰 충격 현상이 나타나서 그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는 잠재적으로 묻혀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화별로는 외환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저가인 음식료품, 의약품 등 선택재를 중심으로 비내구재 소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비내구재 가운데 의식주 활동을 의미하는 기초재마저도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충격으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절약 소비해왔음을 의미한다. 다만 전자제품 등 내구재는 외환위기 이후에도 스마트폰과 같은 IT 제품의 성장세에 힘입어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최 연구위원은 먼저 실증분석을 위해 통계청의 지역 실업률과 전국 실업률 자료를 사용해 거시 실업경험을 측정했다. 이후 개인 및 거시 실험경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소비에 음(-)의 영향을 미치는지 상관관계 검증에 나섰다. 음(-)의 부호로 나타날 경우 가계소비의 상흔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과거 실업경험은 가계소비에 음(-)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충격이 상흔이 되어 가계소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상흔 소비는 미래소득을 감소시키는 경로보다는 주로 저축을 늘리는 자산축적 경로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소득 및 자산보유 취약계층, 비내구재 중심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상흔 소비는 미래 자산이 줄어들지도 모르기 때문에 현재 소비를 줄이고 자산 축적을 늘리는 경로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 거시 경제 충격 이후에는 향후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장기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산축적 경로를 중심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주경제=장선아 기자 sunris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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