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R&D 혁신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4.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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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국내 R&D 경쟁력이 예타에 발목이 잡히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예타를 받는 총사업비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하는 기존 안보다 파격적이다. 내년 R&D 예산도 대규모 증액으로 기조를 돌린 상황이다. 예산 삭감으로 고초를 치른 지 반년여만이다.
2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은 예타 기준을 완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다음 달 초로 유력한 국가재정전략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정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국고 지원 300억원 이상 R&D 사업의 정책·경제적 타당성을 사전 검증하고 있다. R&D 예타는 과기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담당한다.
특히 정부가 예타 기준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은 이례적이다. 앞서 과학기술정통신부는 지난 2022년 9월 국가연구개발사업 예타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예타 기준 1000억원으로 높이는 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정부가 보다 파격적 대책을 검토하는 것은 R&D 기술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소 까다로운 R&D 예타 기준 탓에 기술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등이 기술적 우위를 뺏긴 분야로 거론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예타 범위는 넓다. 일본은 300억엔(약 2630억원) 이상 R&D 사업에 대해 부처별 사전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재무부 승인이 필요한 R&D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다. 기준 예산 1억파운드(약 1720억원)다. 미국의 경우 R&D 예타를 조사하는 사업비 기준이 따로 없다.
R&D 예타를 수행하는 부담도 적잖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R&D 사업 수는 각각 343개·238개다. 중소벤처기업부(49개)까지 포함하면 정부 총 R&D 사업(1337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한 해 R&D 예타에서 검토하는 과제 수는 평균 30~40개 수준"이라면서 "과제 하나를 조사하는 데 드는 예산 1~2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재부는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올해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4.8%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야당·과학계 등의 반대로 난관을 겪은 것과 무관치 않다.
예타 기준 폐지에 따른 재정 효율성의 저하 문제는 걱정거리다. 예타가 불필요한 재정소요를 걸러낸다는 측면에서다. 정부 지출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예타는 효율성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정부의 각종 세제지원책으로 세입 기반도 비관적이다. 당장 올해부터 걱정이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실적이 40%대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올 3월 법인세수가 예상보다 쪼그라들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타 기준이 상향되더라도 재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예타는 재정지출의 한 과정이고 예산심의를 통해서 재정의 효율성은 충분히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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