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다시 ‘1.0대’로]
전문가들이 본 ‘선택과 집중’
첫 출산이 늦으면 둘째 포기 많아… 신생아 특별공급 등 확대할 필요
‘둘째 주저’ 가정엔 주거 맞춤지원을
전문가들은 성 씨 부부처럼 넷째까진 아니더라도 청년들의 ‘다자녀 출산 의지’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동아일보와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올 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진행한 19∼39세 대상 설문에서도 미혼 남녀의 45.6%가 ‘향후 자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32.8%였고 ‘자녀 계획이 없다’는 답변은 21.6%에 불과했다. 또 자녀 계획이 있다는 답변자 4명 중 3명은 희망하는 자녀 수를 ‘2명 이상’이라고 했다.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어도 첫 단추인 주거 문제에 막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청훈 씨(33)는 “주변을 보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혼 여부가 갈린다”며 “제대로 된 집을 못 구해 동거만 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주거의 경우 신혼부부, 아이가 하나인 가구, 다자녀가구 등에 따라 원하는 규모와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 타깃을 명확하게 정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해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까지도 양적인 공급 실적에만 매달리느라 수요자의 눈높이에 어긋난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15평(약 49㎡) 주택을 공급했다가 미분양이 생기는 등의 일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를 우선적으로 지원할지도 정리가 안 된 상태다. 동아일보가 진행한 저출산 전문가 20명 설문에선 8명(40%)이 ‘결혼 후 첫째를 망설이는 부부’가 저출산 정책의 최우선 타깃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희망 자녀가 둘 이상이더라도 첫 출산이 늦으면 둘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과 첫 출산을 지연시키는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처음 시행된 신생아 특별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거론된 우선순위는 ‘둘째를 망설이는 부부’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첫 출산 후 경력 단절이나 경제적 부담을 체감하고 둘째를 포기하는 부부가 많다. 이들이 둘째를 가질 용기가 생기도록 맞춤형 주거 지원과 함께 일·가정 양립 등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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