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메이저 대회 첫날 선두권…신경통에 고생했지만 "고마운 병"
박민지 |
(양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박민지가 "골프가 좋아졌다"며 "100%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25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천554야드)에서 열린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오후 2시 현재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를 달리는 박민지는 약 한 달 만에 대회에 출전했다.
올해 3월 2개 대회에 나온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박민지는 "오늘 샷이 좋지 않았는데, 공이 그린에만 올라가면 퍼트가 거의 다 홀에 스치거나 들어가서 좋은 점수를 냈다"며 "오랜만에 대회에 나와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쳐 과분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신경통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머리 오른쪽 윗부분만 아픈 병"이라며 "이 병이 10만명에 5∼6명만 있다고 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도 많이 걸리는 추세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게 한국 사회의 피곤함 때문인 것 같다"고 자체 진단한 박민지는 "저도 너무 부정적으로 살고, 골프에만 매달리고, 매일 힘들고, 골프 칠 때마다 인상을 쓰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투어 통산 18승의 박민지는 2021년과 2022년 내리 6승씩 따냈고, 지난 시즌에는 2승을 거뒀다.
올해 아직 우승이 없는 그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오늘 랜덤조(주요 선수들이 속한 그룹이 아닌 조)로 경기한 것 같다"며 최근 다소 주춤한 흐름을 인정했다.
하지만 박민지는 "고마운 병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 병을 이겨내기 위해 "음식에도 신경 쓰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며 "그렇다 보니 통증도 사라지고 더 좋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박민지의 1라운드 경기 모습. |
평소 승리욕이 강하기로 유명했던 박민지이지만 그는 "100% 다른 사람이 됐다"며 "그동안 골프에만 너무 집중했지만, 골프가 싫었다"고 털어놨다.
박민지는 "아프기 전에는 잘 쳐야 재미있는 골프를 한 셈"이라고 돌아보며 "아프고 나서야 골프장에 있다는 자체가 건강한 것이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로는 골프를 치면서 임팩트 순간을 빼면 인상을 써 본 적이 없다"며 "예전에는 제가 30살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골프가 좋아져서 40살까지 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교통사고 이후로도 계속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다며 "우즈도 저렇게 하는데, 저도 죽더라도 골프장에서 죽겠다"고 농담했다.
박민지는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 출전 자격이 있었지만, 신경통 통증으로 출전을 취소했다.
그는 "US오픈도 같이 취소했다"며 "아쉽지만, 제가 나갈 수 있는 대회를 준비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목표고, LPGA는 조금 더 몸 상태가 좋아지면 그때 다시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KLPGA 투어 5대 메이저 가운데 KLPGA 챔피언십과 한화클래식 우승이 없다는 박민지는 "우승은 어느 대회에서라도 하면 좋겠다"며 "그랜드슬램에 대한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면 좌절감이 클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거기에 치우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헤어스타일도 짧게 바꾼 박민지는 남은 2∼4라운드에 대해 "오늘처럼 얼렁뚱땅 치면 좋겠다"며 "그게 대충 친다는 뜻이 아니고, 조금 실수가 나오더라도 저에게 관대하고 싶다는 의미다. 그렇게 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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