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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불법 방지 시스템 구축=공매도 재개’ 아니라지만… 고개 드는 연내 재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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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을 발표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금융위는 올해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이 기간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4·10 총선이 끝난 만큼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계속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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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전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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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위 관계자는 조선비즈에 “(공매도 재개를 결정할 땐) 시장 상황을 조금 더 봐야 한다”며 “상반기까지 공매도가 금지돼 있으니 그전까지 (금감원) 시스템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을 보고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와 먼저 판 후 실제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 이를 다시 사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 기법이다.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가격 하락에 베팅해 주가의 거품을 뺀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주가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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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및 전향적인 공매도 제도개선 추진을 밝힌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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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고금리 환경과 이스라엘·하마스의 무력 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다는 이유를 들어 금융위는 올해 6월 30일까지 전체 시장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당시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기간(2023년 11월~2024년 6월)을 불법 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겠다”며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은 그 일환이다. 시스템은 크게 ▲기존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 관리 고도화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 신설 등 2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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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일부 기관투자자는 착오로 빌린 주식보다 더 많은 양의 주문이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잔고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류가 잦았고, 아예 전산화하지 않은 기관투자자도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모든 기관투자자에게 잔고 변동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시스템이 적정한지 살필 의무는 국내 수탁증권사에 부여했다. 수탁증권사란 기관투자자의 주문을 받아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제출할 증권사다. 앞으로 수탁증권사는 자체 시스템이 적정한지 확인된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만 공매도 주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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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 설계도와 적발 예시./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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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또 이번 조치로 NSDS를 새로 만들었다. NSDS는 ‘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의 약칭이다. NSDS는 모든 기관투자자의 잔고 변동을 집계하는 중앙 차단 시스템이다.

특정 기관투자자가 실제로 잔고를 얼마나 가지고 있고, 이 중 어느 정도를 매도했는지 집계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과 한국거래소의 KRX매매체결시스템을 연결한 게 특징이다. 가령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엔 100주밖에 없는데,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낸 건 150주라면 NSDS는 두 수치를 모두 파악하고 있으므로 50주의 무차입 공매도를 잡아낸다.

다만 연결할 시스템의 규모가 만만치 않아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과 NSDS는 빨라야 연말쯤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전인 6월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여부가 시스템 구축과 밀접한 연관성은 없다고 한 만큼 금감원 시스템 구축 전에 공매도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의 근거가 빈약했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내에 공매도가 재개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전에 금융위가 공매도를 금지했던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3번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위 사례와 비교해 국가 위기 상황은 아니어서 4·10 총선 전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용이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는 총선이 끝난 데다가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화에 힘쓰는 만큼 국제 흐름에 맞춰 공매도를 다시 열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면 내년 6월엔 워치 리스트(후보군)에 등재돼야 현 정부 임기 내에 편입을 확정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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