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6G 주도권 전쟁

성숙기 5G...'벼랑 끝' 국산 통신장비社, 2027년 6G에 희망 걸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KT 관계자들이 5G 기지국을 점검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신 장비 시장이 정체기를 맞았다. 국내 5G 설비투자가 마무리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신규 투자가 미진한 영향이다. 그간 매출 효자 역할을 해오던 해외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5G 구축이 끝나지 않은 일부 국가도 투자를 줄이거나 미루고 있다. 시장에서는 통신 장비 투자 재개 시점도 불명확하다고 진단한다.

통신 장비 산업은 고정 비용이 높은 대표적인 산업이다. 현장 운용 기술 개발, 제품 유지보수,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지 않으면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인지한 일부 국내 통신장비 업체는 예년부터 신사업을 통해 매출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네트워크 분야 매출에 의존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다.

◇ 5G 성숙기 들자 장비 수요 '뚝'...통신장비사, 터널속으로

국내 주요 장비 업체 실적은 통신장비 투자가 본격적으로 줄어든 작년을 기점으로 고꾸라졌다. 다산네트웍스는 지난해 12억원 적자를 냈다. 전년 5억4000만원 보다 적자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케이엠더블유(KMW)는 작년 62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3년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에치에프알(HFR)은 재작년 영업이익 901억원을 기록했으나, 1년 만에 8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5G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통신망 투자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 국내 이통사는 5G 상용화 첫해이던 2019년 이후 매해 설비투자비용(CAPEX)을 줄이고 있다. 작년의 경우 20㎒폭을 추가 할당받은 LG유플러스를 제외한 SK텔레콤과 KT는 CAPEX 규모를 전년 대비 각각 9.6%, 6.1% 줄였다. 또 기존 매출원이던 유럽·북미·아시아권 국가의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계약 만료와 신규 수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 통신 장비 단가가 내려간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2019년 상용화 직후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성능은 좋아졌으나, 자재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면서 단가가 내려갔다. KMW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RF부문 주요 제품군인 '시스템 류'의 1개당 단가는 2019년 약 716만원에서 2023년 76만원으로 89.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안테나 류의 가격은 66만원에서 28만원으로 57% 줄었다. 장비사 중 단가를 공개하는 곳은 KMW가 유일하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투자가 중단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면서 “통신 장비 기술이 고도화·안정화되면서 통신장비 단가가 많이 내려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밝지 않은 미래...“환경 자체가 좋지 않다”

문제는 글로벌 5G 투자 환경이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의 5G 보급이 마무리 단계를 밟으면서 장비 수요 자체가 줄었다. 경기 침체로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사업자들이 투자를 미루는 실정이다. 업황 악화로 인한 단가 상승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작년 통신장비시장은 487억8000만 달러(약 66조 7700억원)규모로 정점을 찍은 후 2026년부터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AI 서비스·메타버스 등으로 인한 폭발적인 수요가 없는 이상 통신장비·단말기 시장 확대는 가능성이 낮다”며 “오는 2027년에 개시 예정인 6G 도입 이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통신장비업체 매출을 책임지던 국내 이통사들이 정부 압박으로 5G 투자 여력을 잃은점도 문제다. 통신장비업체들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 당시 이통사들의 전국망 구축과 품질 고도화 작업으로 실적을 쌓고 납품으로 만들어진 래퍼런스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자들에게 제품을 팔았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요금제 인하 압박과 전환지원금 등 통신비 인하 유인 정책으로 투자 동력을 잃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회사 장비는 대한민국 이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통사도 구매 여력이 있어야 장비를 구축하는데, 최근 요금 규제 강화와 전환지원금 등 마케팅비 상승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 의지가 떨어지고 있는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믿을건 '6G'...2027년 반등 기대감 솔솔

통신장비 업계 안팎에서는 오는 2027년을 주목한다. 6G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특히 중국이 내년 5G어드밴스드(5.5G)를 최초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국 시장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4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가 28기가헤르츠(㎓) 기지국 6000대 구축을 해야 한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G 중대역 주파수 추가 할당 가능성을 검토 중인 부분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업계에서 연내 3.70~4.0㎓ 대역 주파수 경매가 이뤄질 경우 내년 설비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비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 등 5G를 상용화한 국가에서 장비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국내 주요 통신장비기업 실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