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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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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실수할 것, 예쁘게 봐주시겠죠"…'벚꽃동산' 전도연, 27년 만에 연극 하는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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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가 호흡을 맞추는 '벚꽃동산'이 한국화된 이야기와 배우들의 앙상블에 자신감을 보였다.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가 23일 오후 2시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 연출 사이먼 스톤, 무대 디자이너 사울 킴, LG아트센터장 이현정 등이 참석했다.

'벚꽃동산'은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작을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한국 배우들과 처음 호흡을 맞춰 2024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난 송도영(전도연)이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자신의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는 사회 속 그녀의 가족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전도연은 원작 주인공 류바를 재해석한 송도영 역을, 박해수는 원작의 로파힌을 재해석한 황두식 역을 연기한다. 전도연은 이번 작품으로 데뷔 초 이후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이날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이번 작품을 한국에서 각색하게 된 것에 대해 "20년 째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굉장한 팬이다. 체홉의 작품은 항상 무대에 올리기 어렵다. 톱3에 들고 영국의 문법을 바꿔놓은 작가다. '벚꽃동산'의 의미를 전달하기에 좋은 사회를 찾기도 어렵다. 과거와 전통, 혁신을 다뤄야 하는데 그런 사회를 찾기 힘든데 한국이 적합했다. 이 작품 안에 담긴 멜랑꼴리한 정서와 희망과 절망 두 가지를 아우르기에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한국 배우들의 경우 전세계 배우들과 다른 독특한 위상이 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게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한국 배우들은 엄청나게 비극적 상황에 젖어있다가 갑자기 웃음이 나오는 희극적 상황으로 넘어가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들이 저에게 훌륭한 배우들로 다가섰다. 그동안 제가 오래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서 동경했던 분들 옆에 앉아있다는 것이 영광이고 제가 세계 최고의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사이먼 스톤은 한국 영화를 처음 경험했던 기억에 대해 "제가 17살에 멜버른 필름페스티벌에 박찬욱 감독님이 '올드보이' 상영으로 왔다. 당시 호주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감독이었다. 그 작품이 제 첫 한국영화였다. 그것을 본 이후로 쭉 한국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 제정신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가장 흥미로운 시네마는 한국영화 아닌가 싶었다. 할리우드 70년대와 같지 않나 싶었다. 예술과 상업이 잘 어우러져있는 것 같다. 배우들의 재능에도 있는 것 같다. 영화 플롯이 좀 이상하다싶다가도 배우들이 모든걸 채우는걸 보면서 한국 영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어 "한국을 배경으로 한 것은 관객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한국이 짧은 시간에 이룩한 문화, 경제적 변화는 놀랍다. 지금도 중요한 위상 차지하고 있고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뤘다. 저도 그 모습 중에 일부가 되고 싶었다. 1905년에 체홉이 이 작품을 썼다. 러시아도 당시 급변하는 현대 물결을 맞이했는데, 한국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배경을 한국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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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27년 만에 연극 무대를 선택한 것에 대해 "도전이라고 얘기하면 도전일 수 있겠지만 제가 늘 얘기했듯이 오랫동안 배우 일을 해오면서 사람들은 제가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하지만 저로서는 해보지 못한 작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장르가 연극이긴 하지만 도전보다는 제가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작업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늘 연극이라는 것에 갈망이 있긴 했지만 사실 두려움이 컸다. 이유는 제가 영화 속이나 드라마 속에서는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연극에선 정제되지 않은 저의 온전한 머리부터 발끝을 다 보여줘야 해서 자신이 없기도 했다. 사이먼 스톤이란 연출가가 굉장히 매력있었고, 이 사람의 작품을 보면서 매료된 점이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7년 전 첫 연극무대에 대해 "저도 가물가물하다. 너무 오래 전이다. 어떻게 선택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어떤 영화, 연극, 방송 경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무모한 결정을 했던 것 같다. 당시엔 하나에 집중할 수 없고 많은 일을 했어야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참 힘들었지. 힘든 만큼 무대에서 내가 어떤 걸 느꼈지, 어떤 즐거움을 느꼈지, 내가 뭘 즐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번 작품도 두려움이 굉장히 많긴 하지만 우리 배우들과 사이먼, 모두의 팀이 어떤 결과물을 작품으로 보여줄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해수는 출연 계기에 대해 "드라마나 영화나 공연이나 제가 하고싶은 것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벚꽃동산'의 이 배역을 남자 배우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정말 후회하지 않고 싶었다. 이 작품에 대한 매력을 많이 갖고 있었다. 사이먼 스톤이란 연출의 연습과정이 어떻게 진행돼서 그런 작품을 만드는지 궁금했다. 훌륭한 배우 분들과 작업하는데 그 중에서도 전도연 선배님과 작품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듯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신다고?'라는 느낌을 받아서 저도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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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스톤은 전도연과 박해수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현정 센터장님에게 그런 말씀을 드렸다. '이 작품을 위해서는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벚꽃동산'의 여자 주인공 역은 굉장히 어렵다. 매력적으로 보이기 어렵다. 어떤 걸 하더라도 관객 들에게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도연 배우의 많은 영화를 봤는데 나쁜 역을 맡아도, 선한 역을 맡아도 매력적이다. 이런 요소를 갖고 있어서 이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벚꽃동산이 담은 당대 사회 귀족층 고민이 일반인의 고민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그런 만큼 주인공은 관객과 인간적 면모로 커넥션을 느끼게 해야했다. 그런 면에서 전도연 배우가 제일 적합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해수 배우는 전세계 배우 중 제가 제일 좋아한다. 다양한 모습이 있다. 강렬하면서도 그 안에 연약함이 있다. 그걸 오갈 수 있는 빠른 스위치 능력이 있다. 초반에는 자신감 있고 초조해하는 역할이다가 후반엔 강렬하기 때문에 그걸 잘해낼 수 있는 배우가 박해수 배우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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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사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온전히 나를 관객에게 드러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하면 제가 잘 거절할 수 있을까. 비겁하지 않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국립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 있었다. 이것까지 보고 거절하는 성의가 있겠다 싶었는데 보는 내내 피가 끓었다. 과정을 생각할 겨를 없이 배우로서 피가 끓으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정하게 됐다"고 출연 결심 과정을 전했다.

박해수는 '벚꽃동산'의 한국식 각색에 대해 "저희가 처음 만나서 사이먼과 얘기를 나눴던 것은 한국 정서보다도 저희 얘기를 많이 꺼내놨다. 사이먼이 그걸 종합해줬고, '벚꽃동산'에서 나오는 신흥세력과 지켜내려는 세력을 지금의 한 회사, 몰락해가는 기업으로 대체했다. 저는 자수성가하는 사업가로 대체하면서 조금 더 우리에게는 근처에 있는 이야기로 가지고 왔다. 캐릭터 이름조차도 배우들이 사이먼 스톤과 함께 지었다. 현재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정서는 찾고 있다. 진짜로 2024년에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가 겪는 얘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 숙제와 고민들은 같이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작품은 한 명이 전 회차 공연에 나서는 원캐스트로 진행된다. 박해수는 "되게 특수한 상황이다. 원캐스트가 아니면 안되는 상황이다. 저희 얘기를 다 꺼내놨다. 캐릭터 이름까지도 저희가 다 지었다. 원캐스트가 아니면 안되는 상황이 주어졌고, 지금은 그 하모니가 너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매일 같이 술을 먹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전도연은 "원캐스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연습하면서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사이먼이 이 작품이 매일매일 다른 공연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시는 분들은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시지 않을까 저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도연은 이번 작품으로 받을 평가에 대해 "제가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너무 궁금하다. 제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아야지 라고 생각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저는 분명 실수도 할 거고, 그 실수가 두려웠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는 그 실수를 통해 또 배우고 성장할 거고 저의 온전한 역량이나 연기력으로 관객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고 이 작품이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분명 실수하겠지만 예쁘게 봐주시겠죠"라고 덧붙이며 웃음 지었다.

박해수는 "대학교 자유 연기 때 참 많이하는 대본이다. '백색의 모노로그'라는 교과서 같은 책이 있는데 저도 이 대본을 연습했다. 당시엔 '벚꽃동산'의 내용 조차도 잘 들어오지 않았고 어떤 얘기인지도 잘 몰랐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안톤 체홉의 작품을 '갈매기'부터 해왔는데, 벚꽃동산만큼은 학교에서부터 접근을 못했다. 저에게는 먼 로망이 있었다. 한 인간이 '내가 샀습니다'라는 대사를 하기까지 변화가 제 눈에는 그려지지 않아서 좋은 연출가,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면 되지 않을까. '제가 샀습니다'라는 대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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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스톤은 "영화는 매일 똑같은 영상을 보게되겠지만 연극은 그 날만 보게 된다. 내일은 또 다른 공연이 되는 것이고 오늘은 나만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된다. 궁금하시다면 두번 세번 와서 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현정 관장은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사이먼 스톤이 아니면 함께할 수 없는 조합인 것 같다. 모든 창작진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우리 작품을 위해 하나가 돼서 작업하고 있다. 함께하는 10명의 배우들의 조화도 너무 아름답다. 이 모든 것을 현장에서 꼭 보시고 많은 격려와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 개막해 오는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서울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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