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석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노인복지위원장]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열망과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다. 뉴스에서는 야당 압승, 여소야대, 데드덕, 특검, 검찰개혁 등과 같은 말들을 연신 쏟아내고 있다. 작년 나라 살림은 87조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의 우리나라 상황은 지옥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세정책에 따른 재정 부족은 여러 분야에서의 예산삭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부세, R&D, 복지, 서민 지원 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한편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국민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는 심각의 단계를 넘어 국가 존립의 문제로까지 되어가고 있다. 출산율이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전년 대비 0.06명이 줄어들었다. 수명은 반대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평균 약 0.4세씩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 사회다. 고통은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총선 여야 모두 복지·돌봄 공약을 제시했으나 부족하다.
저출산 해법, 여전히 제자리
거대양당이 내세운 저출산 관련 공약을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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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바와 같이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어떤 보고서는 저출생 대책으로 연간 23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계획의 구체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어느 쪽의 공약도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여당의 남성출산휴가 의무화, 육아휴직급여 인상, 부모급여 등은 지금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더욱이 인구부가 출산율을 높이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납득할 수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어 왔다. 문제는 전담기구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금지원을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의 정책은 여당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실효성 있는 정책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있다. 대출 지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 하고, 최소 1명의 아이를 낳아야만 원리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과연 타당한가 의문이다. 이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결혼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비로소 대출이 필요한지 여부도 고려된다는 것이지, 대출받아 집 한 채 얻자고 결혼할 일은 없다. 더군다나 지금의 세대는 성공이나 성취보다는 개인적 자유 내지 취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 결혼으로 인해 발생할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한 부담이나 양육에 따른 자기계발 기회 박탈에 대한 거부감 등에서 기성세대의 사고와는 다르다. 때문에 협소한 지원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저출산의 당사자는 아이다. 그런데 여당의 공약은 종전의 부모 급여를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야당의 정책도 18세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을 빼면 부모의 출산 동기를 북돋울 여지는 거의 없다. 때문에 이에 관한 정책이 마련·실행될 필요가 있다. 미혼 출산 지원, 사회변화에 따른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개선, 적절한 양육 환경 마련을 통한 부모의 경제적 부담 해소, 일·가정양립 및 여가권 확보, 기업 지원, 의료·교육 등 부문에서의 지원 등과 같은 방안도 반드시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이 낳아는 줄 테니 키우는 것은 국가가 하라는 수준을 요구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종합적 관점에서의 출산 정책이 필요하지만 여야의 인식은 여전히 단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령화의 그늘, 빛이 보이지 않는다
노인정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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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이 내놓은 노인 공약을 보면 이들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에서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면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이용률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여러 효과가 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에 적합한 수준의 공약이냐는 데는 의문이다. 노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노인의 4고(苦), 즉 질병·빈곤·고독·무위가 아닐까. 그 중에서도 빈곤과 무위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 아닐까.
이제 노인을 복지 수혜자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안 된다고 본다.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수명의 증가 환경에서 노인이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이제는 생산주체로서의 노인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노인을 진정한 생산주체로 재정립하려면 일자리나 사회활동과 같은 복지적·공익적 수준을 넘어 취업·정년연장·창업 등 많은 부문에서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과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변화와 더불어 돌봄대상으로서의 노인문제도 함께 들여다보고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방에도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실버타운이나 장기요양수급권 확대 모두 필요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라면 '왜 하느냐'인데, 어느 쪽이든 예방이라는 측면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실버타운은 이른바 지역사회계속거주(AIP)가 어렵다는 것을, 수급권 확대는 요양서비스인정범위를 늘리겠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즉,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가정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관련 기술을 개발·적용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장기요양진입속도를 늦춰 스스로 독립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와 같은 고려가 있어야 하지만 양당 정책 어디에도 이런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돌봄과 지방소멸, 아무런 방안이 없다
아래는 2019년까지 일본 홋카이도 지역 인구 유출에 따른 의료기관 감소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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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직접적인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지방소멸이다. 지방소멸의 원인은 일자리·여가·교육·문화 등 다양하다. 하지만 돌봄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과정이나 나타나는 결과는 매우 단순하다. 돌봄제공인력의 유출은 돌봄인프라 붕괴를 촉진하는데 이것이 지방소멸이며, 반대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나가는 곳이 대도시나 그를 둘러싼 외곽인데 이를 도시고령화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문제다. 그런데 양당 모두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여야 한목소리로 지방소멸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앞서 언급한 저출산이나 고령화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분명한 선행의제가 있다
여야가 총선에서 내놓은 교육·청년·국방·기후·에너지·주거·교통 등에 관한 공약 모두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앞서 다룬 의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만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경제·산업·국방·노동·주거·복지 등 여러 분야의 변화에 대응할 구체적인 전략제시가 가능해진다.
그 대상이 누구였느냐와는 관계없이 금번 총선이 심판선거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표출된 의사는 분명하다. 따라서 국회는 이러한 민의를 잘 따르면 된다. 다만 그 때문에 미처 놓친 것도, 세심히 살펴보지 못한 것도 분명 적지 않다.
이전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늦은 것 또한 결코 아닐 것이다. 이제부터는 흔들림 없는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것만이 우리 사회가 살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여야 공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장봉석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노인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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