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 [5·끝] 계속되는 수학여행 안전 문제
안전요원은 어디 가고… - 17일 오전 10시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한 중학교 학생 180여 명이 직접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학생이 150명 이상 참가하는 수학여행에선 학생 50명당 1명 이상 안전 요원을 배치해야 하지만, 이날 안전 요원들은 학생들을 통제하지 않고 있었다. /조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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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교육부는 안전 요원 배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아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을 대폭 강화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150명 이상 대규모 수학여행에는 학생 50명당 1명의 안전 요원이 배치돼야 한다. 선생님을 도와 학생을 인솔하고, 야간 생활 지도를 하는 역할이다. 수학여행 버스 운전자의 음주 검사도 필수화됐고, 버스 이동 시 한꺼번에 운행하지 말고 1분 이상 간격을 두고 가도록 하는 내용도 매뉴얼에 담겼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참사 이후 도입된 안전 요원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제주 공항에서 만난 A 중학교 학생들은 학생이 직접 반 번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공항을 나섰다. 안전 요원들은 구석에서 가방·서류를 정리하거나 대화하고 있었고, 인솔 교사들은 팔짱을 낀 채 인원 통제를 하지 않았다. 관광지·식당에서도 안전 요원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는 몰래 숨어 휴식을 취했다. 제주의 한 관광지에서는 안전 요원이 학생들과 200m 떨어진 공터에서 유니폼을 벗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이 학교 학생 6명은 후진하던 버스를 보지 못하고 걸어가다 버스 경적 소리에 놀라 넘어졌다. 이날 제주에서 만난 B 고등학교 안전 요원들은 학생들이 이동할 때마다 지켜봤고, 버스를 타고 내릴 때마다 통제했다. 똑같이 안전 요원을 고용했지만, 학교별로 편차가 큰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
이 같은 문제는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채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지가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3곳을 조사한 결과, 안전 요원이 필수로 갖춰야 할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공고도 있었다. 교육부는 소방안전교육사, 응급구조사, 국내여행안내사 등 국가공인자격증을 가진 안전 요원만 수학여행에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 안전 요원 구인 공고에는 ‘자격증 없는 초보자도 가능’ ‘지원 조건은 무관’ ‘일이 쉽고 재미있어 초보자도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또 다른 구인 글에는 ‘수학여행 안전 요원 언제든 바로 투입’ ‘자격 요건은 한국말 유창한 사람’이라고만 돼 있었다. 20~30대 사이에서는 수학여행 안전 요원이 “일은 적고 돈은 많이 받으면서 제주도 여행까지 갈 수 있는 ‘꿀알바’”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한다.
안전 요원 없는 수학여행을 계획 중인 학교도 있었다. 본지가 나라장터 등에 올라온 수학여행 계획서 9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오는 6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면서 주간 안전 요원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학교는 낮 동안 인솔 교사가 안전 요원을 대체한다고 했다. 안전 요원은 인솔 교사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인솔 교사가 안전 요원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뜻이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도 “수학여행비 절감을 위해 야간 안전 요원 5명 중 1명은 안전 교육을 이수한 인솔 교사로 대체한다”고 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는 규정상 주·야간 5명씩 안전 요원을 배치해야 하지만, 야간 안전 요원으로 2명만 배치하겠다는 내용의 입찰 공고를 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태워 나르는 버스도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매뉴얼에 따르면, 버스는 줄지어 가는 ‘대열 운행’을 할 수 없다. 앞서가던 버스가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를 방문한 C 중학교의 버스 5대는 일정 내내 줄지어 이동했다.
불법 주정차된 수학여행 버스 사이로 학생들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지난 17일 경기 수원을 방문한 한 초등학교 수학여행 버스는 왕복 5차선 도로 한쪽 끝에 줄줄이 정차했다. 버스 사이 도로를 돌아다니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제지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제주=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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