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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베트남 역사 다룬 박찬욱 감독, '동조자'에 담아낸 아이러니 [ST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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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동조자 /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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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베트남인이 아니지만 베트남이 겪은 전쟁, 역사를 다뤘다. 이 속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코미디, 그가 생각하는 아이러니가 담겼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동조자'가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통할지 주목된다.

18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쿠팡플레이 독점 HBO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동조자'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의 퓰리처상 수상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둔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 박찬욱 감독의 시리즈물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작품이다. 공동 쇼러너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연출, 제작, 각본까지 모든 과정을 지휘했다. 특히 박 감독은 7부작인 드라마의 전반부인 1~3부를 연출했다.

박 감독은 시리즈를 연출한 것에 있어 "극장용 영화가 아닌, 시리즈를 만드는 데 있어 영화가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은 많은 인물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각색할 때 없애지 않고 등장시키고, 하나하나의 매력과 개성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출과 각색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언급했다. 박 감독은 우선 영화적 연출에 대해 "이 작품은 대위가 진술서를 쓰고 있다는 기본 세팅이 있고, 이를 강요한 사람이 읽고 대위를 불러 심문하는 시간이 있다. 이 두 가지의 장치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가끔씩만 진술서를 쓰는 형식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일깨워준다. 그러다가 갑자기 엉뚱한 사람의 목소리가 개입된다. 그러면 화면이 멈춘다. 멈추게 한 사람이 등장하면서 질문한다. 화면이 거꾸로 돌아가서 특정한 지점으로 간 다음에 플레이가 된다. 그러면 다른 정보가 제시되는 영화적인 기법을 문학적인 장치에 넣을 수 있다. 이를 제일 먼저 고민했다"고 얘기했다.

특히 '코미디'는 각색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박 감독은 "소설에도 재치 있는, 냉소적인 표현, 흥미로운 비유를 동원해서 유머가 곳곳에 있다. 그것 이상으로 환경, 공간을 보고 문학에는 없는 도구들을 사용해 부조리한 유머를 상황을 드러내는 것으로 최대한 만들려고 했다. 그냥 웃기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상황,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씁쓸한 유머다. 이 점이 소설과 제일 다르고, 노력해서 발간시킨 점이 있다는 부분이 있다면 코미디"라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은 총 7부작 중 3화까지 연출을 맡았다. 이후 4화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5화부터 7화까지는 마크 먼든이 맡아 연출했다. 분량을 나눠 연출했지만 시리즈의 색채를 부자연스럽게 그리지 않았다고. 박 감독은 "저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다 하고 싶었지만 7개는 체력으로나 진행 상황을 봐서 무리더라"며 "다행히 좋은 감독들을 모셨다. 제가 각본을 썼기 때문에 전체 일관성은 담보가 되는 것이고 다른 감독들을 만나서 의도를 다 얘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네 번째 에피소드는 독립된 내용이고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지루해질 수 있는 한복판에 활기있는 연출을 시도했단다. 박 감독은 "나머지 감독에게는 같은 스타일, 같은 톤을 요구했다. 소통을 자주하고 의논했다. 제가 먼저 찍었으니까 먼저 찍은 분량을 보게 하면서 스타일을 익힐 수 있게 만들었다. 후반작업은 제가 하니까 4화를 빼놓고는 한 감독이 만든 것 같은 균일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 1인 4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첫 협업

캡틴 역의 호아 쉬안데, 1인 4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산드라 오 등 화려한 배우진이 극을 채웠다.

박 감독은 "주인공 빼고 애착을 가진 캐릭터 중 하나는 장군이다. 이 사람은 '왕관을 쓴 광대'으로 표현하고 싶다. 우스꽝스러운 광대같은 면이 있지만 진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보면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이다. 하지만 캡틴에게는 아버지같이 자애로운 면도 보여주는 사람"이라며 "대위에게 베트남인 아버지가 장군이라면 서양 세계를 대표하는 아버지는 클로드란 인물이다. 하나의 개인으로서 사상에 있어선 또 다른 아버지다. 미국의 재밌는 대중 문화를 소개해주는 사람이다. 대위라는 사람의 분열된 자아를 이끌어주는 사람들이다. 대위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나름의 독자적인 개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특히 클로드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CIA, 교수 등 1인 다역을 개성 넘치게 소화했다. 박 감독은 로버트에 대해 "그도 한국에서 로다주로 불리고 잇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 자기가 먼저 얘기하더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1인 4역이란 인물 구성에 대해 "원작을 어떻게 각색할지 논의하던 초창기에 나왔던 이야기다. 3화에 등장하는 스테이크 하우스 장면이 있다. 소설에서 그 장면을 어떻게 각색할지 논의하다 깨달은 것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백인 남성들, 자기 분야에 성공해서 자리잡고 있는 인물들. CIA 등 네 개의 중요한 인물들이 결국은 미국을 뜻하는 자본주의, 기관을 보여주는 얼굴일 뿐이구나. 결국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떻게 교묘하게 대사를 쓰는 것보다는 제일 효과적인 건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였다. 함께 프로듀서 하는 사람들과 고민을 오랫동안 하다가 얘기를 했는데 다행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 아이디어가 HBO에게 기획을 설득할 때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박찬욱 감독이 바라본 베트남 역사

작품은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겪는 아이러니함은 이야기의 중심이다.

박 감독은 "제가 베트남이 아니라 이 시대를 완전히 잘 알지도, 완전히 모르지도 않는, 완전히 감정이입해서 동일시하는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우려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대위가 매몰되어 있는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쇼 러너로서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한 정체성을 잘 유지해서 만드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소재를 취하는 데 있어서 꼭 그 집단에 속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다른 나라에서 보는 자기 나라가 어떤지 궁금할 것 같다. 결국은 얼마나 소재가 되는 지역, 사건, 역사를 진지하게 공부하느냐다"라고 전했다.

베트남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에 다수 베트남인이 등장한다. 캐스팅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렸다는 박 감독이다. 그는 "베트남에서 캐스팅하기 어려워 교포 2세들을 캐스팅했다. 미국, 호주 등 베트남계 배우들은 물론이고 배우 아닌 사람들까지 대상으로 커뮤니티에 광고를 내고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거쳤다. 몇 천명의 영상을 다 보고 캐스팅을 했다"고 말했다.

"캐스팅된 사람 중 배우가 아닌 사람도 많다"는 박 감독은 "동네 커뮤니티 극단에서 작은 역을 해본 사람, 아예 다른 직업을 지닌 사람도 많다. 장군 역은 디즈니의 웹디자이너였다. 연기를 처음 해본 사람"이라며 "사실 그들을 믿는 것도 참 어려웠다. 짧은 오디션을 거치고 긴 여정 동안에 다양한 장면을 연기해야 하는데 잘 해낼 수 있나, 심지어는 하다 도망가면 어떡하냐는 걱정까지 해가면서 집중하며 판단함을 물론이고 믿고 가야 하는 큰 용기도 필요했다. 그래서 보람도 크다. 전혀 경험 없는 사람들과 함께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 혼자가 아닌 많은 프로와 같이 했지만 좋은 배우를 잘 골라냈구나. 함께 성장한다는 즐거움을 많이 누렸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감독은 "요즘 시청자들은 한꺼번에 보는 것을 좋아하는 시대다. 한 주에 하나씩 기다렸다 보는 재미도 꽤 있단 말씀드리고 싶다. 어렸을 때 생각하며 만들었다.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볼 때 다음 주를 기다리는 마음, 감질나게 궁금하게 하는 것. 전 이런 것을 좋아한다"며 "남의 나라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느껴지는 것이 클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도 전쟁을 겪었다. 또 유머가 많은 작품이다. 웃어도 되는, 웃으라고 만든 거다. 대폭소가 터지는 유머는 아니지만, 음미해 가며 보시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시청을 독려했다.

한편, '동조자'는 지난 15일 1회를 공개했으며, 매주 저녁 8시 1회씩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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