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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믿었던 수출도 걱정] 지붕 뚫린 환율, 유가는 살얼음...기업들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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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G20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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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오르자 원료 공급사들이 벌써부터 납사 등 원자재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한계 상황인 업체가 많아 유가·환율 상승 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회장으로 선임된 채정묵 명진엔터프라이즈 대표의 하소연이다.

1400원대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과 중동 정세 불안이 끌어올린 국제 유가 탓에 원자재 수입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지목된 수출도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면서 성장 기여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환율·고유가의 여파로 생산 비용이 오르면서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물가 상승 압력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률 정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을 만나 양국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양국 재무장관이 외환시장에 공개 개입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그만큼 최근의 환율 급변동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강(强)달러 여파에 전날 장중 1400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이날 최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의 개입성 발언에 1386.8원까지 떨어지며 한숨 돌렸다. 엔화의 경우 전날 뉴욕 시장에서 달러당 154.45엔에 거래돼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일부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비싸게 수입 원자재를 들여와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세까지 겹쳐 기업의 원자재 수입 부담과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보면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씩 상승할 때 국내 기업의 원가 부담은 2.8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율과 에너지 가격에 더 민감한 제조업의 경우 원가 부담이 평균 4.42% 증가했다.

과도한 환율 상승은 기업의 대외채무와 이자비용을 늘려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는 역대 최대인 1626억1200만 달러(약 224조7297억원)로 집계됐다. 대외채무는 기업이 달러나 유로화 등으로 갚아야 하는 외화 빚으로 환율이 오를 경우 채무 규모와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려 온 수입물가지수도 더 오를 공산이 크다. 2~3월 배럴당 80달러선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이달 들어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세가 4개월 연속 혹은 그 이상 지속될 여건이 조성됐다.

한 페인트 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가 오르면 통상 2~3개월 후 원자재 가격에 반영된다"며 "아직 체감할 수준은 아니지만 (고환율·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아주경제=박기락 기자 kiroc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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