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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의대 정원 확대

충북대 총장 “의대 정원 4배 늘어도… 교육 질 안 떨어질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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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폭 전국 최대

충북대 고창섭 총장 인터뷰

조선일보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충북 지역은 의사 수는 가장 적고 필수·응급 의료 부족으로 사망한 환자 비율은 전국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라며 “충북의 숙원 사업인 의대 증원을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데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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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은 낙후한 지역 의료를 살릴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라며 “의료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준비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충북대 의대는 정원이 49명밖에 되지 않는 ‘미니 의대’였다. 정부는 내년도 충북대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4배 이상 늘리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전국 의대 중 증원 폭이 가장 크다. 1년 만에 서울대(135명)나 연세대(110명) 등 기존 ‘메가 의대’보다 덩치가 커지는 셈이다.

충북대는 의대 증원 폭이 가장 큰 만큼 대학 본부와 의대 구성원 간 마찰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새로 들어올 의대생 200명을 제대로 교육시킬 여건이 안 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고 총장은 “증원에 대비해 이미 계획을 철저히 준비해놓았다”고 했다. 그는 “의대 강의실 등 부족한 공간 문제는 기존의 의대 2호관 건물을 2개 층 증축하고, 오는 9월 개관하는 오송캠퍼스를 이용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며 “2호관은 애초 증원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건물인 만큼 공간 문제가 생기진 않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고 총장은 또 “이것도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으면 의대 1호관까지 증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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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고창섭 총장.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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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논란이 됐던 해부학 실습실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해부학 실습실에 실험대 10개가 있는데 공간을 확대해 3~4개를 추가로 놓고 똑같은 크기의 실습실을 하나 더 만들 것”이라며 “임상수기센터와 종합실험실 등 실습 공간도 이런 방법으로 늘려 부족함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충북대는 의대 교수(현재 131명)도 100명 정도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고 총장은 “시설비 등으로 약 400억원 안팎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내년 예과 1학년으로 들어오는 200명 신입생이 본과 실습을 시작하는 2027년 전에 충분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고 총장은 “열악한 지원 환경 등의 이유로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 병원이 올해 발표된 세계 병원 순위에서 국내 52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며 “의사 수는 가장 적고, 필수·응급 의료 부족으로 사망한 환자 비율은 전국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2022년 충북의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은 46.41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다섯째였다. 작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58명(14위)으로 1위인 서울(3.61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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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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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충북 보은군에서 물웅덩이에 빠졌다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여아가 ‘인력·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역 병원 이송을 거부당하며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고 총장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10년 넘게 이어온 충북의 숙원 사업인 의대 증원을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나섰는데 어떻게든 발전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충북대는 의대 졸업 후 지역에 남는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지역인재전형 비율도 현행 40%에서 정부가 권고한 60%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 총장은 “의대 교수님들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기에 아직 비율을 섣불리 못 박기는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가 ‘지역의사제’에 필요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주면 이 역시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대를 다니는 학생에게 얼마간 혜택을 주고 지역 근무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그는 ‘의대 증원’ 이외에도 ‘지방대 개혁’ 등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대학 개혁을 추진하는 지방대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을 시작했다. 충북대는 작년 한국교통대와 통합을 전제로 이 사업을 따냈다. 고 총장은 “저출생,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는 지역과 함께 몰락하느냐 마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며 “그러나 의대 교수를 비롯한 구성원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면 개혁에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 간절한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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