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9 (수)

K-콘텐츠, 국제결혼 커플은 왜 안 다룰까 [HI★초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쌍 중 1쌍 정도가 국제결혼 커플
"제작진, 굳이 모험적 시도 하지 않는다"
한국일보

드라마, 영화에서는 국제결혼 커플을 유독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모든 작품이 등장인물들을 한국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법대로 사랑하라'에서는 이세영과 이승기가 호흡을 맞췄다. KBS2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는 현실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코로나19를 향한 대중의 공포가 극심하던 때 KBS2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K-콘텐츠가 우리의 사회를 완벽하게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 이제는 제법 흔해진 국제결혼 부부의 모습을 드라마, 영화에서는 보기 어렵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657건이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1만9,717건이다. 10쌍 중 1쌍 정도가 국제결혼 커플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드라마, 영화에서는 국제결혼 커플을 유독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모든 작품이 등장인물들을 한국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물론 국제결혼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던 작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는 국제결혼 커플 박슬혜(황우슬혜)와 박왕대(줄리안)가 등장했다. 2021년 개봉한 '새해전야'에서는 중국 배우 천두링이 연인 용찬(이동휘)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는 야오린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은 극히 일부다.
한국일보

'새해전야'에서는 중국 배우 천두링이 연인 용찬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는 야오린을 연기했다. '새해전야' 포스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에서 국제결혼 부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드라마의 제작에 참여했던 한 방송가 관계자는 본지에 "한국에 연기를 잘 하는 외국인 배우가 아직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어와 한국어가 번갈아 나오면 자막이 계속 필요할 텐데 보는 이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작은 역할이라면 괜찮을 수 있지만 (외국인 배우에게) 주연을 맡기기엔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나고 자라 배우가 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나중에는 그런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에 국제결혼 부부가 드문 것을 '한류 현상의 역설'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한류 4.0은 한국적인 걸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회의 한쪽 면보다는 보편적인 내용들을 중심으로 콘텐츠들이 제작된다"고 말했다. 한류 4.0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이 마니아가 아닌 전 세계인이 즐기는 주류 문화로 확산되는 단계를 뜻한다.

김 대중문화평론가는 국제결혼 부부를 등장시켰다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없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인 내용들을 제작해도 충분히 시청률이 나오다 보니 (제작진이) 굳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문화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에 국제결혼 커플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나올 때가 봤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드라마, 영화는 대중에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돼 준다. 동시에 새로운 깨달음을 안기기도 한다. 제작, 투자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결혼과 관련해서도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는 K-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국제결혼 부부가 마주한 문화 차이 등의 어려움에 힌트가 돼 주고 다른 시청자들이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