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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한은 총재 "사과값 통화·재정으로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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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탈동조화 시사…"국내 물가 고려가 더 크다"

금통위원 5명 3개월 뒤 금리 3.5% 유지, 1명은 인하 가능성 열어둬

"5월 돼야 하반기 통화정책 전망 확실히 할 수 있어"

아주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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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애플레이션'(사과+인플레이션) 현상과 관련해 "통화·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급등하는 농산물 가격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데 대해 '농산물 수입'을 언급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10차례 동결의 배경으로 소비자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그는 "근원물가는 예측하는 대로 둔화하고 있어 통화정책을 이행하는 대로 끌고 가고 싶지만 지난 2개월 동안 농산물가격과 유가가 많이 올라 소비자물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오름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과값 오름세에 대해 "금리로 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지 아니면 농산물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에 따르면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불과하지만 최근 2~3개월 CPI 상승의 30% 정도가 농산물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특히 과실이 CPI 상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였지만 최근엔 18%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그는 5월이 돼야 하반기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을 확실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Q. 금통위원들이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어떻게 내다봤는지 궁금하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중 어떤 움직임에 더 방점을 두고 있나.
A.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고 나머지 1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의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견해였다. 5명은 글로벌 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동결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말했다. 나머지 1명은 공급 측 요인의 불확실성에도 기조적인 물가 둔화 추세 지속이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대응도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

그동안은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거의 같이 움직였었는데 본격적으로 물가 시기가 차별화됐기 때문에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두는지는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근원물가는 예측하는 대로 둔화되고 있어서 통화정책을 이행하는 대로 끌고 가고 싶지만, 지난 2개월 동안 농산물가격과 유가가 많이 올라 소비자물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Q. 1월과 2월 통방에서는 금리 유지 가능성에 대해 6개월 정도로 언급했는데 현재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A. 지금은 저를 포함한 금통위원 전부가 지금 상황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 근원물가 상승률이 예상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지만 헤드라인 상승률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상태다. 1개월 뒤 하반기로 진입하기 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인 연말 2.3%에 부합한다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2.3%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Q.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위로 가면 물가 전망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현재 그 정도 수준으로 가격이 올라왔다. 물가 전망이 상향 조정될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A. 전망은 평균치이기 때문에 가격이 잠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평균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90달러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전망을 수정해야 한다. 농산물은 시간이 지나면 수급 상황이 개선돼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는 이·하 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예단이 어렵다. 일시적 변화에 대해 전망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오래 지속된다면 전망을 수정하겠다.

Q. 2월 통방에서는 미국이 먼저 피벗해야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총재가 보는 전망이 완화적으로 바뀐 건지.
A. 미국이 작년 말에 이어서 계속 피벗 신호를 줬기 때문에 탈동조화는 시작됐다고 본다. 금리 인하를 미국보다 먼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보다 뒤에 한다는 말도 아니다. 과거에는 환율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해서 미국 통화정책을 보고 결정을 했다면, 지금처럼 미국이 피벗 신호를 주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고려가 더 크다. 미국의 피벗 신호가 탈동조화 여건을 더 만들었다.

Q. 5월 물가 전망이 한은의 이상에 부합한다면 통화정책 방향이 조금 더 선명해질지 궁금하다.
A. 상반기에 예측하지 못했던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어 5월 전망은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두 번 정도는 더 데이터를 본 뒤 확신을 갖고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섣불리 금리를 움직였다가 물가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6월에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결정을 보면 조금 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Q. 금통위원 두 명이 이번 달 퇴임한다. 다음 금통위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바뀔 가능성은.
A.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 중이다. 어떻게 개선할지는 새 금통위원 의견을 반영해서 말하겠다. 금년 중 이걸 바꾸긴 어렵고 준비하고 테스트해 봐야 하기 때문에 바뀌더라도 내년에 바뀐다. 내부적으로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다.

Q. 근원물가가 경로대로 가는 상황에서 공급 요인으로 이렇게 긴축을 과도하게 길게 끌면 내수나 경기를 과도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데.
A. 당연히 소비자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하면 내수가 굉장히 안 좋아지고 그럴 때 경기 침체를 악화시키면 오히려 불안정한 상황을 만든다. 그래서 금통위원들이 그런 부분을 다 고려하면서 한쪽 지표만 보지 않고 양쪽 모두를 보고 있다.

Q. 물가상승률 자체가 너무 높아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물가 수준을 우려해서 물가상승률을 목표인 2%대보다 낮은 수준을 감내할 수 있는 통화정책은 선택지에 없나.
A.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은 농산물, 주택이고 물가 수준이 낮은 것은 교통료 등이다. 한국은행이 제일 곤혹스러운 것은 농산물 가격이 높고 사과값이 높은 게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큰데, 이것은 금리만으로 잡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생활 물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렵고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도 주고 그래서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국이 재배 면적을 더 늘리고 재정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통을 개선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기후변화로 생산물이 줄어들면 유통을 개선해서 해결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불편한 진실이다.

통화·재정 정책을 바꿔서 높은 물가 수준을 해결하는 것보다도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기후변화 등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Q. 기업부채의 경우 가계부채보다 많이 올랐고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도 빠르게 올라가는 상황이다.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 보는가.
A. 기업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부채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AI, 반도체 등 신산업에 대한 장기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산업 개척을 위한 투자는 부채가 늘어나도 좋은 측면이 있다.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최근 기업들의 자본이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GDP 대비 늘어났지만 투자하는 기업들의 자본도 늘어났기 땜에 부채 속도가 큰 건 아닌 것으로 본다.

Q. 금융당국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속도감 있게 처리하다 보면 일부 취약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다시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아직 있다.
A. 금융위, 금감원 프로세스가 협의하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다른 구조조정에 좋은 예가 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무 금융기관도 안 망가지고, 부동산도 하나도 안 망가지고 문제가 해결될 거냐고 물으면 답하기 어렵다. 하나 확실한 건 PF 관련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라, 구조조정을 위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태영건설을 통한 구조조정은 금감원, 금융위가 좋은 예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주경제=장선아 기자 sunris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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