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니. 사진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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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연상호 감독은 오래전부터 배우 전소니를 주목했다. 연기력은 물론 이미지가 어울린다고 판단한 연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기생수’)의 주인공 수인을 제안했다.
극 중 수인은 가정폭력을 당한 것도 모자라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아가며 세상과 단절된 20대 마트 점원이다. 기생생물 하이디에 잡아먹혔으나, 뇌를 뺏기지 않은 변종이다. 극도의 외로움을 겪는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를 동시에 표현해야 했다.
전소니의 집중력은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첫 등장부터 처연한 아픔이 전해졌다. 메마르고 버석버석한 느낌이 강했다. 전소니가 감정을 절제한 연기로 중심을 잡자 기생 생물이라는 독특한 판타지 소재에 현실감이 생겼다. 지난 5일 공개된 ‘기생수’가 호평받는 배경엔 전소니의 깊이 있는 연기력이 큰 영향을 끼친다.
전소니는 “기생생물인 하이디까지 제가 연기할 줄 몰랐다. 당연히 다른 분이 연기할 줄 알았는데, 촬영 앞두고 알았다. 갑자기 부담이 커졌지만, 감독님과 현장을 믿었다. 수인을 잘 설계하면, 하이디는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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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돌리는 촉 연기, 아프진 않은데 부끄러워
‘기생수’의 주제의식은 관계다. 기생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 더불어 조직으로부터 단절된 여러 캐릭터가 관계를 맺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스며드는 과정이 녹여졌다.
이를 통해 인간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전달한다. 따라서 주인공 수인이 태어나 처음 만난 조직인 가족으로부터 단절된 설정은 필수적이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피로하고 지친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마트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도 담담하게 싸우고 냉소적이었어요. 생기 없고 메마른 느낌이 짙은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촬영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해서 잠을 못 잤어요. 그래서 살도 더 빠졌고요. 밤새고 촬영을 꽤 했는데, 오히려 더 작품하고 잘 맞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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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대상이 없던 수인은 하이디와 공생하면서 처음으로 타인의 입장을 이해했다. 점차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알게 되고 내면도 성장했다. 음울한 분위기에서 조금씩 생기를 찾고, 후반부엔 단단한 인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하이디도 표현해야 했다.
“제가 집중한 건 수인이었어요. 수인이 현실에 있는 사람으로 보이면, 하이디는 자연스럽게 설득할 것 같았어요. 하이디는 기생생물이라 일반적인 인물과는 다른 표현이라서 오히려 편했어요. 수인이 하이디를 이해하면서 성장하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내용이 기뻤어요. 끝까지 절제를 키워드로 인물을 만들려고 했어요.”
드라마의 핵심은 기생생물 액션이다. 얼굴이 갈라지면서 촉수가 튀어나오는 장면이 많다. 세련된 CG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이디는 수인이 위기에 처하면 오른쪽 광대에서 촉수를 뻗는다. 이 설정 때문에 전소니는 목을 사정없이 돌렸다.
“솔직히 목이 아픈 건 없었어요. 충분히 할 만했어요. 다만 처음엔 부끄러웠어요. 같이 연기하는 상대 배우를 보면서 집중했어요. 하다 보니까 부끄러움이 없어졌어요. 그 이후론 액션은 편했어요.”
◇“구교환과 연애 콜! 시즌2가 기대돼”
수인의 옆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건 조직폭력배 출신 강우(구교환 분)다. 우연히 수인의 몸에 하이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위기를 극복한다. 구교환은 대본을 다각도로 구현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배우로 손꼽힌다. 전소니는 구교환과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느꼈다고 했다.
“교환 선배의 대본 여백을 채우는 재능은 정말 갖고 싶은 능력이에요. 연기하면서 ‘저 능력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도와 경험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스태프들이 좋아하는 애드리브만 해요. 그 감을 가지려면 많은 시도가 필요할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많이 대담해져서 테이크마다 다른 걸 해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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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영화 ‘소울메이트’ 주인공에 이어 tvN ‘청춘월담’에도 출연했다. ‘기생수’에서는 화자다. 요즘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성장이 분명 엿보임에도, 전소니는 아직도 자신의 성과를 믿지 못한다고 했다.
“진심으로 예의 차리는 건 아니고요. 아직도 저는 제가 잘 해왔다는 확신이 안 들어요. 저를 믿는 게 참 어려워요. 애쓰고 최선을 다해온 것 같은데, 여전히 뭔가 큰 성과가 없는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아직도 불안한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아는 친한 동료가 이 순간을 잘 즐기래요. 그래서 ‘기생수’로 오는 피드백을 기쁘게 집중하고 있어요.”
‘기생수’의 엔딩은 매우 노골적으로 시즌2를 암시한다. 워낙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엔딩이라 노골적임에도, 시즌2에 기대가 생긴다.
“어떤 모습으로든 시즌2에 나오고 싶어요. 교환 선배가 강우랑 수인이 연애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어요.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농담이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intellybeast@sport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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