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리비아 북부 사브라타 연안 지중해 해상에서 이탈리아 구조대원들이 700명 이상이 탄 난민선에서 한 여성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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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의 수를 줄이고, 특정 국가에 대한 쏠림 현상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신(新)이민·난민 협정’이 10일 유럽 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2020년 논의가 시작된 지 4년 만이다.
유럽 의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본회의를 열고 새 이민·난민 협정을 통과시켰다. 협정은 EU 국가로의 난민 심사 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다른 EU 국가나 제3국으로 난민을 배분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대표, 유럽 의회가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협정은 아프리카와 중동에 가까워 난민이 집중되는 그리스·이탈리아·프랑스 등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나친 난민 유입으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나라는 난민 1명당 2만유로(약 2900만원)를 EU 공동 기금에 납부하고, 돈을 낸 만큼 난민 수용을 거부할 수 있다. 난민들의 출신국에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물품이나 기반 시설을 지원하고 난민들을 해당 국가로 돌려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난민 중 EU 회원국이 아닌 제3국에 연고가 있는 사람은 이 나라들로 보내는 것도 허용한다.
난민 망명 절차도 간소화된다. 난민 승인율이 20% 이하로 낮은 국가들, 즉 불법 이민자가 많은 국가 출신들은 늦어도 12주 안에 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이 새 협약에 담겼다. 지금까지는 심사 기간이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면서 난민 신청자들을 장기간 수용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이 과정에서 난민들이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다며 인권 단체들의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난민 수용과 이민 확대에 부정적인 폴란드, 헝가리 등은 새 협정에 반대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폴란드는 “지금까지 200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수용했다”며 “난민 재분배 과정에 예외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헝가리 정부는 “EU건 누구건 우리에게 누구를 받아들일지 지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행 난민 상당수가 사실상의 ‘불법 이민자’라는 것이 유럽 내 우파의 시각이다. 기존 규정(더블린 조약)에 따르면 EU에 도착한 난민은 처음으로 입국한 국가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하고 해당 국가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 사태로 중동·아프리카발 난민이 연간 수십만명씩 건너오자 일부 국가에 부담이 집중됐다. 이에 지중해 난민선과 난민 구조선을 둘러싼 이탈리아·프랑스·독일 간 ‘난민 밀어내기’ 갈등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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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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